[이동귀의상담카페] 우울한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상실·실패, ‘마음의 감기’와 밀접한 관계 / 이미 지나간 과거 부여잡을 이유 없어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통계’에 의하면 2019년 7월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9.8%로 IMF 금융위기 때인 1999년 11.5% 이후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청년층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은 23.8%로 청년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이다. 암울한 지표이다. 학원가에는 명절 때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시험준비에 여념이 없는 젊은이로 가득하다. 당장 하루하루를 살기 바쁜 이들에겐 미래를 위한 투자나 내 집 마련 같은 말은 먼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도 일은 잘 풀리지 않고, 세상이 내가 가진 상식 밖에서 움직인다고 느낄 때 우리는 우울해지기 쉽다.



흔히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어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하지만 우울증은 심한 경우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심리학에서는 부정적인 생활과 사건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본다. 특히 ‘상실’과 ‘실패’ 두 단어가 우울증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혹시 자주 우울한 기분을 느낀다면, 먼저 우울함이 자신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는지 귀 기울여 보자. 우울하다는 것은 우리 삶의 중요한 어떤 요소가 결여돼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신호일 수 있다. 이를테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주위에 없다든가, 꼭 이루고 싶었던 일을 실패했다든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내가 노력한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든가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 내 삶에 빠져 있는 중요한 것,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그 원인을 찾아내야 우울증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바라는 삶을 이루는 데 장애 요소가 무엇인지 살펴봄으로써 그 요소를 갖추기 위해 노력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울해 보이는 사람은 성격이 지나치게 예민하다는 말을 듣곤 한다. 이로 인해 가끔은 자기 스스로 예민한 성격이 아니면 좋을 텐데 하며 자책하기도 한다. 그러면 예민한 것이 나쁜 것일까. 필자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민한 성격으로 인해 다른 사람보다 더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훨씬 더 섬세한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예민함에서 파생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지나치게 비관하고, 더 나아가 자신을 질책하는 걸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필링 굿’으로 유명한 인지치료자 데이비드 번스는 “세상에서 단 한 사람만이 여러분을 우울하게, 걱정스럽게, 또는 화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라고 말한다. 내가 예민한 사람일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우울해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삶이 더 섬세하고 풍부해진다는 점도 생각하자.

비록 지금껏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고 우울한 때가 있었더라도 그 일은 이미 지나간 것이다.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부여잡고 현재와 미래를 어둡게 색칠할 이유가 없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해온 자신을 다독이자. 우리 모두 우울함이 삶의 방향을 찾는 기회가 되고, 예민함이 삶을 섬세하게 구현하는 에너지가 되도록 노력해 보자.

이동귀 연세대 교수·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