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여)씨는 지난해 1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일터로 복귀했다. 아이를 출산한 뒤 1년간의 휴직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다. 더구나 회사로 복귀한 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정부는 A씨와 같은 경우를 위해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한 뒤에도 근로시간을 단축해주는 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정작 A씨는 이 제도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미 육아휴직 1년을 모두 사용했기 때문이다. A씨는 “제도의 취지가 일과 육아의 양립을 위한 것 아니냐”며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했다는 이유로 적용 대상에 들지 못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오는 10월1일부터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는 기존의 육아휴직 1년에 근로시간 단축 1년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최장 2년의 기간 동안 육아에 대한 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A씨의 경우 처럼 육아휴직 1년을 모두 사용했다면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소급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혜택 1년 연장, 소급 적용은 어려워
28일 노동계에 따르면 오는 1일부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된다. 개정안은 기존의 육아휴직에 더해 근로시간 단축 1년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육아휴직과 근로시간 단축을 모두 더해 총 1년까지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육아휴직과 근로시간 단축을 각각 1년씩 최장 2년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용하지 않은 육아휴직은 근로시간 단축으도 대체, 소진할 수 있다.
이같은 제도에 육아기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존에는 육아휴직 1년을 모두 사용한 경우 근로시간 단축 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10월1일 이전에 육아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의 혜택을 모두 소진했다면, 개정안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만 8세 이하의 육아기 자녀를 둔 근로자가 이미 육아휴직을 모두 소진했다면 근로시간 단축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근로자 상당수가 출산 직후 육아휴직을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도의 취지와 달리 상당수의 근로자가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공분이 터져 나오고 있다.
4세 아이를 둔 직장인 박모(35·여)씨는 “이번 정책은 반갑지만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유감스럽다”며 “직장에서 눈치 보지 않고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는 시간에 함께 있는 것이 월 10만원의 아동수당보다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B(여)씨는 “똑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워도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했다는 이유로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혜택의 기준에 공감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법 개정 방향성 고려해야”…소급 적용 요구 목소리 높아
이 문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지난 11일 올라온 ‘육아기 단축근무를 기존 육아휴직자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27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6600명이 참여했다. 청원인은 “만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로 당연히 해당이 될 거라 생각하고 기뻐했는데, 고용노동부에 문의하니 10월 1일 이전 육아휴직 1년을 사용한 사람은 ‘권리가 소멸되어’ 새로운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황망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법 개정의 방향성을 생각해 초등학교 2년 이하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일괄적으로 정책 적용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국회에서는 이런 목소리를 반영한 개정안을 발의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 발의 계획을 발표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육아휴직을 이미 사용한 부모도 만 8세 이하의 아동은 여전히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이고 아이의 등·하원 문제, 갑작스러운 질병 문제 등을 모두 안고 살아가야 한다”며 “법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번 정기회 때 법안을 통과시켜 내년 1월부터라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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