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 거둔 류현진, 아시아투수 최초 ERA 타이틀 확정

류현진이 29일 샌프란시스코와의 방문 경기에 이번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으로 선발로 나서 역투를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FP연합뉴스

1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그동안 수많은 스타들이 화려한 플레이를 펼쳐 팬들을 열광시켰다. 다만, 스타들의 활약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으로 잊혀지게 마련이다. 그들이 잊혀진 자리는 새로운 스타들의 활약이 대체한다. 그러나 특정 분야 타이틀을 따낼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역사에 이름이 기록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100년전 다승왕과 50년전 평균자책점 1위의 주인은 MLB의 긴 역사 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야구가 존재하는 ‘MLB 타이틀 보유자’로 영원히 기억되는 것이다.

 

이 영광의 자리에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이름이 올랐다. 류현진(32·LA 다저스)이 투수 주요 타이틀 중 하나인 평균자책점에서 1위를 확정한 것. 그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방문 경기에 이번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으로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안타 5개만 맞고 삼진 7개를 잡으며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0-0으로 팽팽하던 5회 초 2사 3루에서는 깨끗한 좌전 안타로 결승타도 만들어냈다. 결국, 다저스는 2-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류현진은 1승을 추가해 2019시즌 정규리그를 14승5패로 마감했다. 

 

평균자책점은 2.41에서 2.32로 낮췄다. 평균 자책점 2위인 제이컵 디그롬(31·뉴욕 메츠·2.43)이 이미 정규시즌 등판을 마친 상태라 사실상 내셔널리그 1위이자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를 확정했다. 또한, 1995년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가 세운 역대 아시아 투수 최저 평균자책점(2.54) 기록도 24년 만에 새로 썼다. 당시 노모는 그레그 매덕스(1.63), 랜디 존슨(2.48)에 이어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3위에 올랐다. 아시아투수가 평균자책점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은 류현진이 최초다. 평균자책점 외에는 대만 투수 왕첸밍이 2006년 19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했고, 노모가 1995년, 2001년, 다르빗슈 유가 2013년 탈삼진 1위 타이틀을 따냈다. 

 

8월 말의 극심한 슬럼프를 극복하고 만든 결과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8월 중순까지 1.45의 역대급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류현진은 8월18일 애틀랜타전 이후 9월5일 콜로라도전까지 4경기 동안 도합 21점을 내주는 갑작스러운 부진에 휩싸였다. 긴 부상 이후 제대로 된 풀시즌을 처음 치르는 류현진의 체력고갈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마지막 세번의 등판에서 모두 7이닝 이상을 던지고 그 중 두번은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완벽하게 반등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덕분에 멀어졌던 사이영상 레이스에서도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지역지인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는 “류현진은 압도적인 모습으로 사이영상 유력 후보로 다시 떠올랐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사이영상 유력 후보인 디그롬과 류현진의 성적을 비교하며 류현진이 기록상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류현진은 사이영상보다는 평균자책점 1위 달성에 더 의미를 뒀다. 그는 경기 뒤 “평균자책점 1위 타이틀은 기대하지 않은 깜짝 선물”이라면서 “사이영상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성공적인 해였고, 내 엄청난 노력을 입증한 증거”라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