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한국식 개발 이식 안 돼… ‘윈윈’ 방법 찾아야” [차 한잔 나누며]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조정훈 소장 / 세계은행 지역 사무소 대표 지내 / 북한 문제 해결 위해 한국 돌아와 / “평양·지방 격차 커 해소해야 발전 / 北 불평등 한국보다 심해질 수도” / “학생들, 개방 땐 재벌만 이익 인식 / 미래세대에 결정 과정 참여 기회를”
“북한이 우리의 경험을 충분히 파악하고, 한국이 미처 고려하지 못해 직면했던 여러 사회적 문제들까지 해소하는 개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각국의 세계은행 지역 사무소에서 대표 등으로 일하다가 3년 전 한국으로 돌아온 조정훈(47)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소장은 지난 27일 경기 수원의 연구소에서 만나 “북한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은행에서 빈곤퇴치를 위해 노력했던 조 소장의 열정은 고스란히 북한 문제로 향하고 있다.

조정훈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소장이 지난 27일 경기 수원시 연구소에서 북한 개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연구실에 걸린 백두산 호랑이 그림은 대우그룹 출신의 추호석 아주학원 이사장이 남포공단 사업과 관련해 북한에서 선물받은 작품이다. 수원=서상배 선임기자

조 소장은 대학 3학년 시절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이내 새로운 길을 찾았다. 그는 “합격은 했지만,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면 사회의 공공선이 이뤄진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여러 차례 고배 끝에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개발학 석사를 마쳤다.

이후 세계은행의 고시라 불리는 ‘영 프로페셔널’ 프로그램에 합격했다. 그는 세계은행 직원으로 코소보, 인도, 방글라데시, 팔레스타인,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다양한 국제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그런 그가 귀국한 것은 온전히 ‘북한’ 때문이다. 그는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실향민이다”며 “어느 날 세계 각국에서 일하다 보니 문득 ‘한반도 사람’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스타트업, 학계 등 3040세대를 주축으로 ‘코리아단번도약네트워크’라는 모임을 만들어 북한의 혁신을 이끌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조 소장은 “자율주행차 시대가 다가오는데 북한에 처음부터 이를 고려해 자율주행차만 다니는 도시를 설계해서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며 “나진·선봉 지역에 이런 스마트타운을 건설하는 워킹그룹을 만들어 내년 초쯤 국제회의를 열고 결과물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을 식민지처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서로 ‘윈윈’할 방법을 찾자는 것”이라며 “보통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저임금이 합쳐져 개발한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이는 깨야 할 선입견”이라고 덧붙였다. 조 소장은 북한도 평양과 지방의 격차가 너무 커 이를 해소해야 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양에서 가장 좋은 집과 반대의 집 가격은 800배 차이가 나고, 평양과 지방은 3000배 차이가 벌어졌다”며 “이를 같은 나라라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처음부터 격차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경제발전의 핵심 정책으로 삼지 않으면 북한의 불평등은 우리 사회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런 불평등을 안고 통일이 된다면 젊은 세대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정훈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소장이 지난 27일 경기 수원시 연구소에서 북한 개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연구실에 걸린 백두산 호랑이 그림은 대우그룹 출신의 추호석 아주학원 이사장이 남포공단 사업과 관련해 북한에서 선물받은 작품이다. 수원=서상배 선임기자

여전히 생소한 국제개발이란 용어의 정의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소장은 “개발(development)이란 영어 단어에는 개발과 발전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과거에는 줄세우기식의 경제발전론이 주류였지만, 이제는 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부자 국가라고 해서 개발됐고, 가난하다고 해서 개발이 안 된 게 아니다”며 “국민의 행복과 경제적 성장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상관관계가 떨어진다. 지속가능한 발전, 각자의 고유한 발전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소장은 “북한을 향한 일방적인 개발지원 패러다임은 틀렸다”고 단언한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이 북한을 사실상 국가로 인정했고, 북한은 유엔 회원국으로 나란히 등재돼 있다는 점을 끄집어냈다. 조 소장은 이어 “북한 개발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북한이 내놓은 10개년, 5개년 개발 전략서를 제대로 읽고 고민하는 사람은 없다”며 “한국식 개발을 가져다 그대로 이식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소장은 “북한이 더 개발되기를 원하는 이유는 내가 한반도인이기 때문”이라며 “한반도의 국가건설 과정에는 국경이 없어야 하고 이를 푸는 것이 마지막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를 위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조 소장은 “대학에서 통일강의를 하면 냉소하는 부류가 많다”며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테면 대통령의 방북 경제사절단은 주로 대기업 총수를 중심으로 꾸려진다”며 “학생들은 이걸 보면서 결국 북한이 개방되면 재벌이나 돈 있는 사람들의 몫으로 이익이 돌아가고 우리는 북한 청년과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조소를 한다”고 했다. 이런 배경을 설명한 조 소장은 “미래세대가 통일의 주역으로 나설 수 있도록 결정 과정에 이들이 참여할 기회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