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외침 "수사 멈출지는 오직· 우월적 지위 남용엔 단호히, 헌신적 용기로" [박태훈의 스토리뉴스]

"수사 멈출지는 오직· 우월적 지위 남용엔 단호히, 헌신적 용기로"/두달전 윤석열 취임사에 한달 이상 끈 ‘조국 열병’ 숨은 그림이 / 헌법1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 법집행도 국민이 부여한 권력 / 수사 개시는 공익적 필요성 / 어느 지점에서 수사 멈춰야 하는지 헌법 정신에∼ / 소추이후 잘못 발견되면 즉시 시정 / 우월적 지위 남용 범죄, 단호히 대응 /법과 원칙 지키기 어려울 땐 헌신적 용기로

지금 대한민국 화두는 단연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온 나라가 '이편 저편'으로 갈라져 두사람을 놓고 서로 '물러나라'를 외치고 있다. 

 

야권은 지난달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뒤부터 지금까지 '결사 반대'투쟁 중이다. 정치권에서만 머물던 조국 화두는 8월 27일 검찰이 조 장관 주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간 뒤부터 진보, 보수 전체의 논쟁거리로 커졌다.

 

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 기소, 조 장관 취임뒤 자택압수수색,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윤석열 검찰' 공개 경고 등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윤석열'이름도 조국 장관 못지않게 논쟁의 대상으로 급상승했다. 

 

진보와 여권은 윤 검찰총장이 공정한 법집행이 아닌 대통령 인사권을 흔들려는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다며 비난을 퍼 부었다. 비난 수준에서 벗어나 윤 총장을 '사퇴'와 '적폐'대상으로 한 단계 더 끌어 올린 일은 지난 28일 서초동 '검찰개혁요구' 촛불집회. 주최측은 200만 이상, 자유한국당은 5만명 수준, 못해도 수십만명 등 시위 규모에 대해 각종 주장이 난무한 가운데 윤 총장은 29일 처음으로 공식입장을 나타냈다.

 

◆ 윤석열 "국민의 뜻 충실히 받들겠다, 이 입장 수차례 밝혀왔고 변함 없다"...듣기에 따라 '마이 웨이'

 

윤 총장은 이날(29일) 대검찰청이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이러한 입장을 수차례 명확히 밝혀 왔고 변함이 없다"고 전날 촛불시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원론적 입장이지만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헌법에 충실하겠다'는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가겠다는 말로도 들려 '조국 장관 관련 수사'가 적폐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듯한 해석도 낳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25일 윤 총장 취임식가 마치 조국 장관 관련 수사와 이에 따른 비판을 예상이라도 한 듯 검찰권, 비례와 균형, 공정, 피해자 보호 등에 대해 자신의 철학을 조목조목 밟힌 것으로 드러나 새삼 주목받고 있다. 

 

◆ 검찰력 남용, 정치행위...검찰권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아, 특정세력 위해 쓰여선 안 돼 

 

윤 총장은 취임사에서 가장 강조한 말이 '헌법'이다. 그는 "헌법 제1조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되어 있다"는 말을 가장 먼저 했다. 

 

더불어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이고 가장 강력한 공권력으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박근혜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을 맡은 직후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깡패지 검사냐"는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 정경심 "딸 생일날 압수수색~"...윤석열 "사적영역 최대한 보호, 피해자 세심한 보호"

 

정경심 교수는 지난 24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에 대해 "딸아이의 생일이었는데 아들이 소환되는 바람에 전 가족이 둘러앉아 밥 한끼를 못먹었다"며 인권을 배려하지 않은 검찰력 남용이라고 각을 세웠다. 

 

이 대목과 관련한 윤 총장 취임사는 "형사 법집행은 국민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국민의 권익 침해를 수반한다. 따라서 법집행은 국민의 권익 보호라는 공익적 필요에 합당한 수준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부분이 와 닿는다.

 

또 윤 총장은 "개인의 사적 영역은 최대한 보호되어야 함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강력한 처벌은 물론이고 피해자에 대한 세심한 보호와 지원이 빈틈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인권을 우선시해야 함을 강조했다.

 

◆ 과잉수사, 기소권 남용...윤석열 "수사 멈출지는 헌법에 따라, 잘못된 기소 즉각 시정의 용기를"

 

공지영 작가는 29일 윤 총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물러난 뒤 장모문제 등과 관련해) 70군데 압수수색(받으라)"고 했다. 

 

이 역시 윤 총장은 일찌기 취임사에서 "법절차에 따른 수사라고 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무제한으로 희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 조 장관 주변 수사가 법절차에 따른 것임을 시사했다.

 

윤 총장은 "수사를 개시할 공익적 필요가 있는지, 기본권 침해의 수인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어느 지점에서 수사를 멈춰야 하는지 헌법 정신에 비추어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소추 이후에 법적용의 오류가 발견되었다면 즉각 시정하여 잘못 기소된 국민이 형사재판의 부담에서 조속히 해방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장관 관련 수사, 기소가 잘못이라면 즉시 멈추고 바로잡겠다는 것이 윤 총장 신념임을 알 수 있다 .

 

◆ 쿠데타적 검찰행위...윤석열 "우월적 지위 남용 등에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대응"

 

여권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침없는 행위가 '검찰의 쿠데타적 행동'이라며 거칠게 비난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이러한 행동이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취임사에서 윤 총장은 "공정한 경쟁이야말로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정의다"며 "특히,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 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서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임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 문 대통령 "아무런 간섭없이~"...윤석열 "원칙 지키는 용기, 헌법정신 실천~"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검찰이 아무런 간섭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개혁을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야 한다"며 윤석열호를 공개 경고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총장은 대통령의 말씀인 만큼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의 생각을 취임사를 통해 어림짐작할 수 있다. 

 

취임사에서 윤 총장은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도 많다. 이런 경우 자기헌신적인 용기가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검찰에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은 법집행 권한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실천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 관련 수사가 국민과 헌법을 의식하면서 진행중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윤 총장 취임사에 깔린 복선은 국민이 요구하면 수사를 즉각 멈출 수 있지만 아니라면 용기를 갖고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