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바닷새 서식지인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칠발도가 외부 유해식물 제거로 최적의 조류 번식지로 거듭났다.
29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전남 목포에서 서쪽으로 47㎞ 떨어진 전남 신안군 비금면의 무인도인 칠발도는 조류 번식지 보호지역이지만 매년 수백 마리 새가 폐사하는 등 몸살을 앓았다. 이 섬은 바다쇠오리를 비롯해 바다제비, 슴새, 칼새 같은 희귀조류를 비롯해 50여종 이상 조류가 서식하는 곳이다.
바다쇠오리의 국내 최대 번식지로 매년 2000여쌍 이상이 번식한다. 봄에 우리나라로 이동해 6∼10월 번식하는 바다제비의 경우 전 세계 개체군의 80% 이상이 칠발도와 인근 구굴도에서 번식하고 있다. 이 섬은 2009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됐다. 2011년에 국립공원에 편입돼 2014년부터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런 ‘바닷새의 천국’에 외부에서 쇠무릎, 갓, 가시복분자 등 유해식물이 들어와 번성하면서 새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됐다. 1905년부터 1996년까지 운영된 유인 등대에 사람이 살면서 유입된 것들이다. 이들 식물은 칠발도에서 자생하는 밀사초보다 크게 자라면서 바위틈이나 풀뿌리 밑에 굴을 파고 사는 바닷새들이 둥지를 만들기 힘들게 했다.
더구나 9∼10월 나오는 갈고리 모양의 쇠무릎 열매가 날개에 엉겨 붙은 바닷새는 날갯짓을 못 하면서 탈진해 죽는 경우가 많았다. 2015년까지 매년 400마리 이상이 폐사체로 발견됐다.
국립공원공단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유입식물 퇴출 작업을 벌였다. 올해 4∼9월에는 바닷새가 주로 사는 섬 남쪽에서 쇠무릎을 제거하고, 3800㎡에서 유채, 쑥대 등 밀사초 생장을 방해하는 키 큰 초본류를 뽑아냈다.
유입식물을 제거한 자리에는 육지에서 3년간 키운 밀사초 1만4000포기를 심어 바닷새 서식환경을 조성했다. 이 결과 바닷새 폐사체는 2016년 23마리, 이듬해 11마리, 지난해 2마리로 급격히 줄었다.
이천규 국립공원공단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서부사무소장은 “칠발도는 여름 철새가 이동 중 번식과 휴식을 취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보호 중”이라며 “바닷새의 안정적인 서식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안=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