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두드리기만하면 어떤 물건인지 알아낼 수 있는 스마트폰 기술이 개발됐다.
카이스트(KAIST) 전산학부 이성주 교수 연구팀은 사진 없이도 스마트폰을 사물에 두드리면 인식할 수 있는 이른바 ‘노커(Knocker)’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방식과 달리 카메라나 외부 장치를 사용하지 않아 어두운 곳에서도 식별에 전혀 지장이 없다. 또 추가 장비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사물 인식을 할 수 있어 기존 사물 인식 기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사물 인식 기법은 일반적으로 두 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촬영된 사진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번거로움과 어두운 환경에서는 사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둘째는 RFID 등의 전자 태그를 부착해 전자신호로 구분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태그의 가격 부담과 인식하고자 하는 모든 사물에 태그를 부착해야 한다는 비현실성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노커 기술은 카메라와 별도의 기기를 쓰지 않아도 사물을 인식할 수 있다. 물체에 ‘노크’를 해서 생긴 반응을 스마트폰의 마이크, 가속도계, 자이로스코프로 감지하고, 이 데이터를 기계학습 기술을 통해 분석해 사물을 인식한다.
연구팀이 책, 노트북, 물병, 자전거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23종의 사물로 실험한 결과 혼잡한 도로, 식당 등 잡음이 많은 공간에서도 83%의 사물 인식 정확도를 보였다. 가정 등 실내 공간에서는 98%에 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노커 기술’은 스마트폰 사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빈 물통을 스마트폰으로 노크하면 자동으로 물을 주문할 수 있고, IoT 기기를 활용, 취침 전 침대를 노크하면 불을 끄고 알람을 자동 설정하는 등 총 15개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선보였다.
이성주 교수는 “특별한 센서나 하드웨어 개발 없이 기존 스마트폰의 센서 조합과 기계학습을 활용해 개발한 소프트웨어 기술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사용자가 자주 이용하는 사물과의 상호 작용을 보다 쉽고 편하게 만들어 주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공태식 카이스트 박사과정, 조현성 석사과정, 인하대학교 이보원 교수가 참여한 연구 결과는 지난 달 13일 유비쿼터스 컴퓨팅 분야 국제 최우수학회인 ‘ACM 유비콤(ACM UbiComp)’에서 발표됐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