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경험 못한 광경 잇따르는 ‘조국 사태’ 해법은 [이슈+]

‘최초’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 장관 후보자의 국회 기자간담회 생중계, 장관 후보자 임명·철회 청와대 청원·인터넷 실검 전쟁, 장관 후보자 청문회 전후 검찰 수사 착수 및 아내 기소,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에 대한 여권의 맹폭, 제1야당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의 릴레이 삭발투쟁, 대학생들의 임명 반대 촛불집회, 검찰청사 주변 대규모 촛불집회, 장관 후보자와 가족 관련 엄청난 언론보도량···

 

지난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 직행’논란을 무릅쓰고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이후 나라 안팎으로 엄중한 경제·외교안보 문제 등 주요 이슈를 빨아들이며 국정 파행, 국론분열 우려를 낳고 있는 ‘조국 사태’의 풍경들이다. 대부분 우리 사회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광경이다. 문제는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끝나긴 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과천=뉴시스

◆‘조국 사태’는 왜···당초 문재인 정부의 평등·공정·정의 가치 훼손 문제

 

조국 사태 논란은 당초 ‘평등·공정·정의’를 부르짖고 ‘도덕적 우월감’을 자신해 온 진보진영의 상징과도 같았던 조국 장관이 평소 언행과 달리 가족 문제와 관련해 특권과 특혜를 아무렇지 않게 누려온 듯한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비롯됐다. 특히 조 장관 아내의 사모펀드 투자나 자녀 입시와 관련된 일부 의혹은 위법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포스트 문재인’으로 불릴 만큼 문 대통령의 분신과도 같았던 조 장관과 그 일가의 모습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고 한 문 대통령의 취임사를 무색하게 할 만큼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많은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감을 안겼다. 

 

‘진보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최근 한 지역 언론사(영남일보) 특강에서 “조국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진보’와 ‘보수’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라며 “조국이나 나경원 모두 자녀의 스펙관리를 부모가 해줬다. 아이들 문제에 왜 부모가 끼어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수진영은 물론 진영 논리에 염증을 느끼는 중도·합리적 성향의 국민 상당수도 “무소불위 권한을 가진 검찰의 민주적 통제장치 마련 등 검찰개혁을 이끌고, 정의롭고 공정한 법질서를 확립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조국은 부적합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후보자로 지명한 후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조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보다 우세하고,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이 낙점한 ‘윤석열 검찰’의 수사 착수 뒤 ‘조국 수호·탄핵’ 진영대결· 정권과 검찰의 대결 양상으로 

 

하지만 조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이 조 장관 일가 의혹을 둘러싼 고발 사건 수사에 전격 착수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속하고 철저한 진위 규명을 위해 최정예 특수수사 인력을 대거 투입하면서 조국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정치권력의 역린을 건든 꼴이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검찰’에 발끈한 것은 당연하다. 박근혜정권 당시 찍혀 한직을 떠돌던 ‘특수통 검사’ 윤석열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발탁해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맡기고 그 공로로 검찰총장까지 고속승진을 시켜준 입장에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조국을 향해 칼을 꺼낸 윤석열에게 배신감이 들 만도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지명하자 ‘최고의 검찰총장감’이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민주당이 검찰의 조 장관 수사 착수 이후 돌변해 ‘정치검찰’,‘검찰개혁에 대한 반발’ 운운하며 윤 총장을 맹비난한 데서도 읽힌다. 

지난달 2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대로 적폐청산 수사 트라우마 탓에 ‘권력의 하수인’이라며 윤 총장 임명을 결사 반대하던 자유한국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 윤 총장의 기백을 높이 평가하며 검찰 수사를 지지하고 나섰다.    

검찰이 전격 등판한 이후 조 장관 임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 확산되고 여권 일각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정면 돌파’ 카드를 선택하고 윤석열 검찰도 수사의 강도를 높이면서 정권 대 검찰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동시에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세력은 ‘실검전쟁’과 ‘대규모 거리집회’ 등 온·오프라인에서 세대결 양상을 벌이며 극렬하게 부딪쳤다.

 

◆조국 자택 압수수색으로 진영 대결 격화···진중권 “다들 진영으로 나뉘어 미쳐버린 것 같은 상황”

 

특히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과 유엔 연설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기간에 검찰이 자신들을 지휘하는 현직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조국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 현관에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 수색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분노 게이지’가 급상승한 청와대와 민주당은 노골적으로 검찰의 압수수색 시점과 내용을 맹비난했고, 여권 지지층이 검찰개혁을 명분삼아 조 장관을 지키고 윤 총장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마련한 촛불집회를 지지하면서 참여를 독려했다. 이후 여권은 해당 촛불집회에서 나온 요구가 ‘박근혜 탄핵 촛불 집회’ 당시처럼 국민의 명령이라거나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의 인사권에 정면도전했다는 식의 뒷말을 흘리면서 검찰을 압박했다. 문 대통령도 작심하고 윤 총장에게 경고하는 동시에 조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이에 한국당 등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사법 쿠데타”, “법치주의 파괴” 행태라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렸고, 보수진영은 ‘문재인 하야, 조국 탄핵’을 목표로 대규모 맞불집회를 예고하는 등 갈수록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된 지난달 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3차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조 장관 임명 전 반대 의견을 정의당에 전달했지만 당은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며 정의당 탈당계를 냈다가 심상정 대표 등의 만류로 철회했던 진 교수는 지난달 30일 tbs라디오 ‘김지윤의 이브닝쇼’에 출연해 “황우석 사태도 아니고 다들 진영으로 나뉘어 지금 미쳐버린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현 시국을 진단했다. 

 

◆“조국 사태 공정성·정의 문제이지 이념·진영논리로 봐선 안 돼”···“검찰개혁 위해서도 여당의 정치력 회복 시급”

 

진 교수는 영남일보 특강 당시 “조국 사태는 공정성과 정의의 문제이지, 결코 이념이나 진영으로 나뉘어 벌일 논쟁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조국 사태는)진영논리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선 “지금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며 “제가 신뢰했던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존경했던 분들을 존경할 수 없게 되고, 의지했던 정당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통령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했는데 지금 기회가 평등한가. 안 그렇다. 과정이 공정했나. 아니다. 그렇게 나온 결과가 그럼 정의롭다고 할 수 있나. 이게 뭐냐는 것”이라면서 “상황이 이렇게 된 거에 대해 너무 유감이고 요즘 너무 힘들다”며 젊은 세대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출석,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국내외 중요한 이슈들이 많은데 모든 게 조국 이슈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이런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할 책임이 큰 정치는 실종상태”라며 “국가 운영의 틀인 제도가 무력화되고 진영간 세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정치권이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특히 “(제도로서의 검찰개혁을 위해서라도) 국정운영의 책임이 큰 여당의 정치력 회복이 중요하다”며 “청와대 지시에 무조건 따르고 야당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고 청와대에 여론을 가감없이 전달하거나 여론을 설득하면서 존재감을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이강은·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