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민변’ 출신 변호사를 위한 자리 아닌가요?” (8년차 변호사 A씨)
지난 1월 법무부가 감찰관 재공모에 나서자 변호사업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감찰관직은 법무부가 조직 논리를 타파하고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해 ‘탈검찰화’를 외치며 외부 인사에게 개방한 직제 중 하나다. 그러나 감찰관직 공고가 올라오자 일부 변호사들 사이에선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이들은 “결국 ‘민변’을 위한 자리다”, “민변 출신 변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개월 뒤 감찰관직엔 비(非)변호사 출신인 감사원 국장 출신 인사가 임명됐지만 법무부 탈검찰화를 바라보는 일부 변호사들의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반면 인권을 중시하는 문재인정부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변호사들의 중용(重用)은 당연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검찰개혁위 변호사 7명 중 4명이 민변…‘검찰개혁’ 선봉 설 듯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변 출신 변호사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선봉장(先鋒將) 역할을 할 전망이다. 조 장관의 ‘1호 인사(人事)’인 황희석 인권국장이 대표적이다. 조 장관은 지난달 법무장관 취임 후 황 국장을 검찰개혁 추진단장에 임명했다. 검찰개혁의 ‘현장 반장’ 역할을 맡은 셈이다. 그는 민변 대변인과 사무차장을 역임했고, 민변에서 촛불집회와 용산참사 철거민 변호인단, 중소상인살리기운동 법률지원단장 등으로도 활동했다. 2017년 비(非)검사출신으론 최초로 법무부 인권국장에 임명됐다.
지난달 30일 출범한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도 민변 인사들로 채워졌다. 위원회 위원 16명 중 7명이 변호사인 가운데, 이중 4명이 민변 출신이다. 위원장을 맡은 김남준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민변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선캠프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았다. 김 위원장은 평소에도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필요성에 대한 강한 소신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위원회 내 이석범 변호사도 민변 부회장을 지냈고, 김용민·오선희 변호사도 민변 출신이다. 최근엔 조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민변 출신 김미경 변호사가 임명됐다. 김 변호사는 조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함께 근무했다. 그는 조 장관이 지시한 사항을 연구·검토하는 업무 등을 맡을 예정이다.
◆법무부 과장급 이상 개방형 인사 12명 중 6명이 민변 출신
탈검찰화를 내세운 법무부가 외부 인사로 채운 고위 간부직에도 민변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입성했다. 또 법무부 산하 기관·위원회에도 민변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법무부 탈검찰화가 ‘민변화’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법무부 인사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법무부 과장급 이상 ‘비검사 개방직’ 재직자 12명 중 6명이 민변 출신이다. 이들 가운데 실·국장급 4명 중에선 이용구 법무실장과 황희석 인권국장,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민변에서 활동했다. 이용구 실장은 법관 시절엔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찬성 측 대리인이었다. 과장급 8명 중에선 한창완 국제법무과장, 명한석 상사법무과장, 김영주 여성아동인권과장 등 3명이 민변 출신이다.
법무부 산하 기관 및 위원회에도 민변 출신들이 속속 임명됐다. 2017년 말 출범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경우 민변 출신 김갑배 변호사를 포함해 9명 중 6명이 민변 출신이다. 위원장을 맡은 김갑배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상임위원과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반부패특별위원장을 지냈다. 김외숙 전 법제처장, 조상희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장주영 정부법무공단 이사장도 민변 출신이다.
◆“다양한 의견수렴 힘들어” vs “정권과 지향점 동일해 당연”
민변의 약진은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어느 정도 예상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모두 민변 출신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민변 창립 30주년 기념식에도 축전을 보내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동반자가 돼주길 바란다”고 밝힐 정도로 민변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민변이 법무부 주류로 부각되는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찬반이 엇갈린다. 15년차 변호사 B씨는 “법무부 탈검찰화 취지는 외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라며 “자칫 전체 변호사(2만5000여명) 중 약 5%에 불과한 민변 변호사들의 주장이 법무부에서 과다하게 반영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소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재인정부가 해당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해 온 민변 출신 변호사들을 중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 정권과 민변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