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서초동 촛불집회’와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광화문 집회’가 세 대결 양상으로 정면 출동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첫 대규모 집회가 열렸던 지난달 28일 서초동 촛불집회에 대해 핵심 관계자의 발언으로 “상상하지 못했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함은 당연한 얘기”라고 평가했던 청와대는 지난 3일 보수진영의 광화문 집회 이후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집회 참석 인원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지지가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정도의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의 관전평 정도만 나온다.
6일 여권 관계자는 “국민의 목소리와 요구가 무엇인지 더 분명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문제가 보수와 진보가 극렬하게 나뉘어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고심도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국민 통합을 약속했던 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는 현재 상황을 정리할 메시지를 곧 발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르면 7일 예정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상징되는 두 집회가 세 대결 양상으로 정점을 찍고 있어서 더 이상 불필요한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 검찰 수사는 계속 진행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수용하자는 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연설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선언했다. 대선후보 시절에는 한 방송에 나와 ‘시민들이 퇴진을 요구할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 시민들 앞에 서서 끝장토론이라도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당분간 청와대의 침묵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미 문 대통령이 사법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며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강조한 상황에서 또다시 조 장관 문제를 반복하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어떻게든 현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고심은 더 깊어가는 모습이다.
여야는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를 각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며 공방을 주고받았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서초동 촛불집회를 ‘조 장관 보위를 위한 블랙코미디’로 규정하며 국론 분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책임론을 부각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대한민국은 국민들이 쪼개져서 서로 다투고 분열하고 세 과시를 해야 하는 대한민국으로 전락했다”며 “이 불행한 사태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 역시 문 대통령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전 대변인은 특히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조국 본인이 서초동 집회를 자신의 SNS 프로필 사진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여론을 선동하고 자신의 지지 세력에 기대려고 하는 모양새를 보니 가히 역대급 위선자답다”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불필요한 세력 대결로 인해 꼭 필요한 국정 현안들의 논점이 흐려지고 집결돼야 할 국민의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초동 촛불집회를 동력으로 삼아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본격화할 태세다. 당 검찰개혁 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획회의를 열고 검찰의 직접 수사를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오는 16일 법무부와 당정협의를 통해 검찰개혁 방안을 추가로 논의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특위 2소위원장을 맡은 이철희 의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남발되는 것에 제한을 두는 것도 검토 중이다. 검찰에 국민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김달중·안병수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