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서 자란 호박 덩굴이 옆집
담을 넘어 들어오더니 밤나무를 타고 올라가
나뭇가지 끝에 연두색 호박을 매달아 놓았다
호박은 공중에서 하루하루가 다르게 커졌다
밖에서 담을 넘어 들어왔으니
옆집에서 심은 것은 아니지…
그러니까 긴 골프우산 손잡이를 담 너머로 뻗쳐서
호박을 끌어다가 따 먹을 수도 있는 거야
하지만 누구에게 들키지 않는다 해도
시쳇말로 다툼의 여지는 있겠지 이를테면
옆집 영감이 투덜거리는 소리를 피할 수 없을 걸
요즘도 호박 도둑이
있는 모양이여…
늦장마 지나가고 매미와 풀벌레 소리 요란한
오늘도 옆집 밤나무 가지에 매달린 호박을
바라본다 따먹고 싶은 욕심일랑
몽땅 버리고
짙푸르게 익어가는 호박 그 자체만 바라볼 수는 없을까
가을이 가버리기 전에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오성 이항복이 생각나는 시이다.
시인은 뒷산에서 자란 호박 덩굴이 옆집 담을 넘어 들어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