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 받은 간 재기증…생명 살린 ‘숭고한 나눔’

10월 초 하늘로 떠난 이건창씨 / 6년 전 뇌사자 ‘선물’로 새 삶 / “누군가의 희생으로 가능한 일” / 생전 장기기증 희망 등록 마쳐 / 유족들, 고인 뜻 따라 기증 결심

간을 이식받아 새 삶을 살던 60대 남성이 건강악화로 뇌사에 빠진 뒤 장기기증으로 다른 새 생명을 살리고 영면에 들었다. 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주인공은 이건창(62·사진)씨로, 지난 1일 뇌사자로부터 기증받았던 간을 재기증하고 사망했다.

이씨는 40대부터 간염으로 고생하다 2012년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졌다. 이듬해 기적처럼 뇌사자로부터 간을 이식받은 덕분에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지금 내가 살아 있는 이유는 누군가 나에게 기증을 해줬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장기기증희망등록서를 작성하고 가족들에게도 기증을 하겠다고 밝혀 왔다.



올해 들어 이씨는 신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혈액 투석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9월 말 투석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힘들어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며칠 뒤 뇌사상태에 빠지며 회복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이씨가 받은 간은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졌다.

이씨의 아내는 “6년 전 이식을 받지 못하면 죽는다는 말에 간절히 기도하던 순간을 겪어보았기에 누군가도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다른 누군가에게 받은 장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는 것이기에 남편에게 기증해 주신 분에게 감사하고, 받으실 분은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증원은 “기증을 받으신 분이 다시 기증한 경우도, 받은 장기를 그대로 다시 기증한 경우도 드문 사례”라며 “기증은 나를 살리기도 하고 남도 살릴 수도 있는 숭고한 나눔”이라고 전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