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한글날을 맞아 “3·1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에 맞는 뜻깊은 한글날, 573년 전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일제강점기 한글을 지켜낸 독립운동가들의 민족정신을 되새긴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내놨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에서 이 같이 운을 떼며 “일제강점기에는 한글을 지키는 것이 곧 독립운동이었다”며 “주시경 선생과 조선어연구회 선각자들은 고문과 옥살이를 감수하며 한글을 연구했고 끝내 1947년 ‘우리말큰사전’을 편찬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사전의) 머리말에 ‘말은 사람의 특징이요, 겨레의 보람이요, 문화의 표상이다’라고 적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글만이 우리의 생각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다”며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 방정환 선생의 순수아동잡지 ‘어린이’, 항일 언론 ‘대한매일신보’ 등이 순 우리글로 쓰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글을 쓰고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삼천리 강산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글은 배우기 쉽고 아름다운 글”이라며 “1945년 무려 78%였던 문맹률은 13년이 지난 1958년 4.1%로 줄었고, 글을 깨친 힘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어학자들이 목숨으로 지킨 한글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마중물이 되었던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한글이 대한민국이며 한글이 우리를 세계와 연결한다”며 “간도, 연해주, 중앙아시아, 하와이를 비롯해 우리 민족이 새로 터를 잡은 곳에서는 어디든지 학교부터 세워 한글을 가르쳤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전 세계 180개 세종학당에서 한글을 배우려는 열기가 아주 뜨거운데, 국경을 넘는 한류의 밑바탕에 한글이 있었다”며 “우리말 노래를 따라 부르는 젊은이들을 만날 때마다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느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우리 아이들은 우리말로 세상과 처음 만난다”며 “우리 역사와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 미래의 희망이 한글에 담겨 있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한글 탄생의 애틋한 마음을 되새기며 우리 말과 글을 지키고 가꿔온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한글날을 맞아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논란에 맞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는 등 전국민적인 위기 극복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로 열린 ‘조국 퇴진·정권 규탄’ 집회와 관련해선 일말의 언급도 없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광화문과 서초동 일대에서 각각 열린 상반된 내용의 집회들을 두고 “국론분열이 아니다”라고 한 바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