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초강력 태풍인 제19호 태풍(하기비스)이 12일 오후 7시 상륙한 일본 간토(關東)지방에 지진까지 발생했다.
12일 일본 NHK에 따르면 오후 6시 22분쯤 지바(千葉)에서 규모 5.7, 최대 진도(震度) 4의 지진의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NHK는 “쓰나미(지진해일)의 우려는 없으나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토사(土砂) 붕괴의 위험이 있으니 유의하라”고 경고했다. 이번 지진은 도쿄 도심에서도 진도 3이 관측됐다.
제19호 태풍이 오후 7시 일본 본섬 격인 혼슈(本州)의 이즈(伊豆)반도에 상륙했다. 도쿄가 포함된 간토 지역 각지에서는 수십년 만에 한번 발생하는 폭우로 복수의 하천 수위가 위험 수준을 초과하는 등 열도에 비상이 걸렸다. NHK 등 일본 방송과 각종 매체 인터넷판은 열도에 다가오는 태풍 현황과 태풍 피해를 시시각각 전하는 등 하루종일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 주택 붕괴로 매몰 사고가 발생하는 등 인명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12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6시50분 이즈반도 남부 시즈오카(靜岡)현 시모다(下田)시 서남쪽 약 30km에 접근한 제19호 태풍은 중심 기압 945hPa, 최대 순간풍속 초속 60m(120kt), 중심 부근 최대 풍속 초속 48m(80kt)의 위력을 유지하며 북상 중이다.
12일 오전 이미 혼슈의 도카이(東海)지방이 폭풍권에 들어갔고 오후에는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지방에 대한 직격(直擊)을 예고하고 있다. 도쿄도(都)를 포함한 11개 도현(都縣) 주민 465만명 이상에게 이미 피난지시 및 피난권고령이 발령됐다. 지난달 태풍 15호로 큰 피해를 본 도쿄 인근 지바(千葉)현에서는 돌풍에 의한 주택 파괴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19호 태풍이 1958년 발생해 시즈오카현과 간토 지방을 초토화한 가노가와(狩野川) 태풍과 비슷한 수준의 폭우를 동반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경계를 당부하고 있다.
이 태풍은 1958년 9월 도쿄 도심에 24시간 동안 392.5㎜, 수도권 이즈반도에 총 강수량 750㎜의 물 폭탄을 쏟아부었다. 이로 인해 이즈반도에 흐르는 가노가와에서 홍수가 발생하고 각지에서 하천 범람과 토사붕괴 등 재해가 잇따라 1200여명이 희생됐다.
일본 기상청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목숨, 소중한 사람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바람과 비가 강해지기거나 밤이 되기 전에 지자체의 피난 권고에 따라 신속하게 안전을 확보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본 당국은 이번 태풍에 앞서 재해 피해가 예상될 경우 미리 운행 중단을 결정하는 계획운전휴지(休止)를 전면 실시하고 있다. 수도권 철도는 지하철 일부를 제외하고는 12일 오전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12일 일본 전국 공항의 국내선 항공기 결항 편수는 1667편이나 됐다.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 대부분도 영업을 중단해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의 경우 12일 수도권과 도카이 지방을 중심으로 1000개 점포의 영업을 멈췄다. 미니스톱과 로손도 편의점주 판단에 따라 상당수 매장의 영업을 중단했다. 도쿄 디즈니랜드와 스카이트리, 오사카의 유니버셜스튜디오재팬(USJ) 등 유명 관광지도 문을 닫았다.
논란 끝에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재개된 아이치(愛知)트리앤날레(3년마다 열리는 국제적 미술전시행사)의 아치현 나고야(名古屋) 전시장도 태풍의 영향으로 전시를 멈췄다.
12일 밤 동일본 지역에 상륙한 19호 태풍은 13일 오전 3시에는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시 서쪽 30km에서 중심 기압 975hPa, 최대 순간풍속 초속 50m(95kt), 중심 부근 최대 풍속 초속 35m(65kt)의 세력을 갖고 북동쪽으로 북상할 것으로 예보됐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