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0, 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린 13차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부분 합의’에 이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더는 무역전쟁을 계속하기 어려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조사를 종용했다는 이유로 미 의회의 탄핵 심판대에 올라 있다. 시 주석은 대규모 홍콩 시위 사태와 무역전쟁에 따른 식료품값 폭등 사태에 직면해 있다.
미·중 양국 간 부분 합의로 글로벌 경제가 일단은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 간 무역분쟁으로 양국에서 제조업 경기 둔화, 투자 감소 등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다만 미국 언론들은 미·중 양국이 오는 11월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협정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양국 간 입장 차이로 인해 최종 합의에 이를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400억∼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농산물 추가 구매에 합의했다고 미국 측이 주장했으나 중국이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번 협상의 승자”라고 평가했다. WSJ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했지만, 양국 간 주요 쟁점이 타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중 양국은 쉬운 문제부터 다루고, 입장 차이가 큰 어려운 문제를 뒤로 미루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WSJ는 미·중 양국이 최종 합의에 이를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무역 협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수록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중국의 의도대로 이 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주시하는 지식재산권 도용, 기술이전 강요, 중국의 자국 산업 보조금 지급 문제가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