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제조업 체감경기 4분기도 비관적

기업 3곳 중 2곳 “올해 실적목표 달성 어려워”

제조업체들의 체감 경기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수출규제, 내수부진,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안요소들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모두 지난 분기에 이어 비관적인 경기 전망을 내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22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 3분기보다 1포인트 하락한 72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경기전망지수가 100 이하면 분기 경기를 전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상이면 그 반대다.

 

수출기업들의 경기전망지수는 85로 2분기보다 3포인트, 내수기업 경기전망지수는 69로 1포인트 하락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세로 수출이 10개월째 마이너스, 상장사 상반기 영업이익은 37% 감소하는 등 민간 부문의 성장 모멘텀이 약해진 상황”이라며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원자재 값 변동성, 노동환경 변화 등 대내외 불안 요인들이 한꺼번에 몰려 체감경기를 끌어내렸다”고 진단했다.

 

지역별로는 자동차·부품·기계 업종이 밀집한 전북(51)과 경남(61), 대구(61)의 체감 경기가 다른 지역보다 부진하게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제약(113)만 기준치를 상회할 뿐 철강(65), 정유·석유화학(67), 자동차·부품(69), IT·가전(69), 기계(73), 조선·부품(91) 등 다른 모든 주력 제조업종은 경기 전망이 부정적이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올해 실적 목표 달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연초에 세운 영업이익 목표치 달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 3곳 중 2곳(62.5%)이 “못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목표치에 근접하거나 달성할 수 있다”는 응답은 35.1%, “초과 달성”이라는 응답은 2.4%에 불과했다.

 

기업의 투자 상황 역시 지난해보다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과 비교한 올해 투자 추이’에 대한 질문에 “악화했다”는 답변이 31%로 “호전됐다”(11%)보다 약 3배 많았다. “별 차이 없다”는 의견은 58%였다. 이유로는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소극적 경영”(66.5%), “원자재값 변동성 확대”(12.8%), “국내시장 포화로 인한 투자처 부재”(9.5%) 등이 꼽혔다.

 

기업들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로 ‘탄력적인 고용·노동’(45.9%), ‘규제개혁’(23.5%), ‘자금 조달 유연화’(21.2%), ‘연구·개발(R&D) 및 인력 지원 강화’(9.4%)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김문태 경제정책팀장은 “정책 역량을 우리 힘만으로 바꾸기 어려운 대외 여건에 두기보다는, 내부에서 지금 당장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고용·노동 부문의 예측 가능성 제고와 융복합·신산업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파격적 규제개혁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