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인 설리(본명 최진리·25)가 14일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베르테르 효과’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이나 평소 선망하는 사람이 목숨을 잃으면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 극단적 선택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 학교보고기반 심리부검’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교육부 의뢰로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에서 작성한 것으로, 담임교사 등 사안담당교사들이 학생 자살자의 가족·학교요인 등 세부적 특징을 사후 관찰해 교육 당국에 제출한 ‘학생자살사망사안보고서’를 토대로 심층 분석이 이뤄졌다.
심리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극단적 선택으로 우리 곁을 떠난 초·중·고 학생은 144명이었다. 발생월별로 살펴보면 7월 19명(13.2%), 3·8월 각 18명(12.5%), 10월 17명(11.8%), 4·5·6명 각 12명(8.3%), 1·9월 각 9명(6.3%) 순이었다. 보고서는 “예년 월별 자살학생 평균과 비교했을 때 7월에 이례적으로 사안 발생이 많았던 특징을 보인다”며 “네이버 데이터랩 등 주요 포털사이트의 자살·자해 검색어 조회도 7월에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의 관련성을 향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에는 고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투신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3월에는 고 배우 조민기가 숨진 채 발견됐고, 8월에는 충북 옥천에서 생활고에 허덕이던 40대 가장이 아내와 세 딸 등 일가족을 살해한 뒤 자살을 시도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보고서는 “1월에도 최근 3년 평균수(4명)에 비해 50% 이상 학생 자살자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아마도 2017년 12월 유명 연예인의 자살 사건 보도 이후의 영향이 1월까지 미쳤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2017년 12월에는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메인보컬 김종현이 세상을 떠났다.
보고서는 유명인의 사망, 미디어 노출과 아동·청소년 자살행동의 상관관계를 지적하는 선행연구도 소개했다. 보고서는 아동·청소년 자살행동 관련요인을 △가족 △심리적 요인 △정신건강 요인 △자살촉발 요인 △학교 요인 △사회문화적 요인 등으로 분류했다. 이중 사회문화적 요인의 ‘미디어 사용’과 관련한 선행연구를 언급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의 사용은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정보의 공유 및 콘텐츠의 제작 기회 등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유해한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청소년들은 미디어를 통하여 다양한 자살방법을 공유하고 실행하며 이러한 방법들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실제로 미디어나 온라인상에서 행해지는 타인과의 비교, 사이버 괴롭힘(불링), 유명인의 자살, 자살 관련 사진이나 문구들은 우울, 불안, 불만족감 등 청소년의 부정적인 정서에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는 청소년의 자살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벨기에의 심리부검 사례 분석결과 청소년 자살 사망자의 대부분이 친구나 미디어를 통하여 자살행동에 노출되었고 관련 문제들을 빈번히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