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경기 화성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미래차산업 국가비전을 선포했다. 2027년까지 전국 주요 도로를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도로로 만들고, 연구·현장 인력 2000명을 양성해 핵심 소재·부품 자립도를 80%로 높이기로 했다. 기술 경쟁력 확보는 우리의 지상 과제다. 미래차만 그런 것도 아니다. 반도체·생명공학·통신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부문치고 그렇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구호를 외친다고 1등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을 좀먹는 정책이 판을 치면 산업은 오히려 고사하고 만다.
미래차만 해도 그렇다. 그동안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혁신을 무수히 외쳤지만 미래차 경쟁력은 세계 경쟁에서 뒤떨어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7위로 밀려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미래차 분야에서 중국에도 밀린다고 한다. 자율주행 기술력은 세계 10위권 밖이며, 자율주행차의 핵심 센서와 반도체 기술력은 미국·독일의 30∼80%에 불과하다. 현대차가 2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기업과 자율주행기술 개발 합작회사를 만든 것도 뒤떨어진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이런 일이 벌어진 근본 이유는 거미줄 규제가 신산업의 숨통을 막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만 봐도 ‘운전자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규정 하나 고치지 못해 무인 자율주행차 거리 테스트는 꿈도 꾸지 못한다. 자율주행 택배 모델을 개발한 서울공대 스타트업은 미국에서 시범 서비스를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