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부산 서구의 한 주택에서 발생한 이른바 ‘청테이프 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최근 족적(足跡) 감식을 의뢰하며 본격 재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현장에 남은 거의 유일한 단서인 족적의 형태를 다시 종합적으로 분석해 용의자를 특정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하고 자백을 이끌어낸 것을 계기로 장기 미제사건 수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2008년 부산을 뒤흔들었던 이 사건의 실마리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아울러 시신에 청테이프가 반듯하게 감겨 있는 데다 평소 외부인 방문 시 시끄럽게 울던 강아지들이 이날 조용했다는 이웃의 증언 등이 더해지면서 피해자와 잘 아는 범인이 현관으로 들어와 살해했을 가능성에 경찰은 수사 초점을 맞췄다. 이후 남편 등이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수사 진척이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특히 청테이프에 장갑흔만 남아있을 뿐 지문이 없고, 시신이 전기장판 위에 놓여 있던 탓에 피해자의 정확한 사망시각 추정이 어려워 용의자 족적만이 거의 유일한 증거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2008년 발생했기 때문에 2000년 8월 이후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 법’에 따라 기한과 상관없이 범인을 검거하면 처벌할 수 있다.
사건 의뢰를 맡은 유제설 교수는 족적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주요 증거인 만큼 다각도로 범인의 행동 특성을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족적이 남겨지는 과정에 대해 수사팀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어 의뢰가 들어온 것으로 안다”며 “사건 현장의 족적을 분석하면 용의자의 걷는 습관, 동선 및 자세 등을 추정할 수 있는데 이는 범죄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범인이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분석해내면 ‘범죄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며 “장기미제 사건의 해결은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잡힌다’는 점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범죄 예방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경찰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