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건강 이상’ 복병 만난 검찰… 수사 장기화 되나 [조국 사퇴 이후]

5차 조사 받다 중단 요청 병원行 / 변호인측 “MRI 진단서 제출할 것” / 정 교수 6차 소환 일정도 불투명 / ‘디스크 핑계’ 조국 동생 영장 기각 / “노골적인 구속 피하기 전략” 지적 / 前 판사 “형사소송, 건강이유 안 돼”

여섯 번째 소환조사를 앞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뇌종양과 뇌경색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 사퇴로 현직 법무부 장관 가족을 수사해야 할 부담을 던 검찰이 정 교수의 ‘건강이상’이라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수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교수는 최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뇌종양과 뇌경색 판정을 받았다. 정 교수 측은 이 내용이 담긴 진단서를 검찰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조사를 앞두고 있던 정 교수는 병원 입원치료를 받는 등 건강문제를 호소해 왔다. 첫 조사가 이뤄진 3일 정 교수는 몸 상태를 이유로 출석 7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4일 재출석하려다가 돌연 병원에 재입원해 검찰에 나오지 못했다. 당시 정 교수 측은 영국에서 유학 중이던 2004년 흉기를 소지한 강도를 피하기 위해 건물에서 탈출하다 추락해 두개골 골절상을 당했고 이로 인해 어지럼증과 두통을 겪어왔다고 공개했다. 다섯 번째 조사도 건강 등의 이유로 짧게 진행됐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교수가 조사를 받다가 사퇴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다”며 “이후 조사가 중단됐고 정 교수는 병원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도 사퇴 입장문에서 “원래 건강이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웅동학원 공사대금 채무를 변재하기 위해 위장이혼을 하고 위장소송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의심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 장관 측이 건강을 이유로 노골적인 구속 피하기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조 장관 동생 조모씨는 허리디스크 수술을 이유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했다가 강제구인됐다. 당시 검찰이 조씨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부산의 한 병원을 찾은 결과 조씨는 만성질환이었고 허리디스크 수술 날짜도 잡지 않은 상태였다. 조씨는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지만 법원은 ‘건강상 이유’ 등으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씨 사례처럼 정 교수 역시 몸 상태를 이유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전직 영장전담 판사는 “형사소송법상 건강은 고려 대상이 아니고, 법에 그런 조항도 없고, 영장 발부할 때나 기각할 때도 건강 운운하는 표현은 없다”며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기각사유가 부족하니까 건강을 갖다 붙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어느 때보다 인권문제가 중요해진 시점에 정 교수가 건강을 핑계로 검찰 조사를 의도적으로 늦추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대규모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물론 몸이 아픈 피의자를 수차례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하는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법원으로부터 구속할 사유를 없게 만들어 주는 것인 만큼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의 심야조사가 금지된 상황에서 정 교수의 6차 소환조사 일정마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의 진단서는 아직 제출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정필재·유지혜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