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중심부에 있는 이집트 박물관은 고대 이집트 유물과 관련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초부터 고대 이집트 유물들이 함부로 해외에 반출되는 것을 우려한 프랑스 고고학자 A 마리에트가 1858년 카이로 교외에 세운 이후 1902년 현재 자리로 옮겨졌다고 한다.
선사시대부터 시작한 유물 10만 여점이 소장돼 있으며 대부분이 이집트 각지의 신전이나 유적, 무덤에서 발굴된 유물로서, 가장 유명한 것은 투탕카멘 묘지에서 나온 부장품들이다.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와 황금 관을 비롯하여 역대 파라오들의 호화롭던 유물들이 잘 보전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카이로 아침 거리는 뒤엉킨 차량 경적 소리와 시끌벅적한 말소리들로 가득하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 이른 아침 이집트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은 카이로 시민들 출근길과 한데 어우러질 수밖에 없다. 모두들 인도와 차도 구분조차 명확하지 않은 길을 뚫고 바쁘게 자신의 목적지로 향하는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자가 운전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복잡한 길을 뚫고 나온 우리 차량도 카이로 시내를 가로질러 박물관 앞에 도착했다.
서둘렀던 길인데도 전 세계 사람들로 넘쳐나는 박물관 근처는 대형 관광버스에 둘러 싸여 있다. 독일 베를린 이집트 박물관에서 전시되어 있는 일부분으로도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지만 그 외 모든 것이 여기 이집트 박물관에 있다. 이집트 남부 왕가의 계곡에서 만났던 소년 왕 투탕카멘의 아름다운 마스크도 이곳에 실물이 전시돼 있단다. 개장 시간은 9시지만 이미 그 이전에 줄은 길게 늘어서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우선 큐레이터 도움으로 박물관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투탕카멘의 유물들을 돌아본다. 매우 섬세하고 화려하게 조각된 투탕카멘의 황금 관은 당시 파라오의 뛰어난 권능을 고스란히 박제해 놓은 듯하다. 당시의 뛰어난 세공기술은 표현할 수 없이 놀라울 따름이다. 황금 관과 함께 전차, 목관, 침대와 의자, 항아리 등 당시 투탕카멘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들도 한눈에 볼 수 있게 전시돼 있었다. 1922년 투탕카멘 무덤이 발굴됐을 때 놀랍게도 무덤은 전혀 훼손되지 않은 채였다고 한다. 그 덕분에 수많은 금은보화와 유물들이 수천 년 시간을 건너 현세에 전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무덤 발굴 후 참여했던 고고학자들이 의문의 사고로 죽게 되면서 투탕카멘의 저주가 오래도록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태양의 기세가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오후지만 카이로 외곽에 위치한 기자의 피라미드로 향한다. 이곳 역시 고대 이집트의 명소다. 쿠푸의 피라미드로 알려진 이 피라미드는 이집트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다. 고대 세계의 7대 불가사의로 사진으로만 보던 거대한 구조물은 관광버스가 다가가면서 눈앞에 그 위용을 드러낸다. 버스에서 내려 땅에 발을 딛는 순간, 바라보는 피라미드는 압도적인 거대함으로 다가온다. 기자에 있는 또 다른 두 개의 피라미드인 하프레와 멘카우레의 피라미드들 역시 쿠푸보다는 작지만 문명의 위대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동쪽으로는 여왕의 피라미드인 쿠푸의 부인과 자매의 무덤이 눈에 띈다. 석양을 따라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피라미드를 감상하다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스핑크스로 향한다.
낙타를 타라며 손짓하는 현지인들 권유를 뿌리치며 스핑크스 앞에서 지는 석양을 감상한다. 뒤에 펼쳐진 사막과 노을을 따라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피라미드를 바라보는 사이 기도시간을 알리는 이슬람 기도문이 노래처럼 흘러나온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피라미드 앞에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저무는 하루를 보낸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