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올 초 업계가 기대했던 ‘상저하고’(上低下高: 상반기 실적은 저조하지만 하반기에는 회복) 전망이 말 그대로 희망적 관측에 그치고 있다.
16일 업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실적은 반등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8일 삼성전자는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7조7000억원의 3분기 잠정실적을 냈지만 이는 IM(IT·모바일), 디스플레이 사업의 실적 개선에 따른 것일 뿐 반도체 분야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올여름으로 진입하면서 낙폭이 줄어들거나 소폭 상승하는 추세지만 온전한 실적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다. D램 가격은 7월 이후 거래 시세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낸드플래시는 6월에 3.93달러까지 떨어졌다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일부 메모리 업체들이 D램과 낸드플래시 감산계획을 발표한 이후 하락 추세가 멈칫했다.
문제는 향후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올해까지는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날 “낸드플래시는 손익분기점까지 가격이 내려간 상황이고 D램 역시 4분기까지 실적이 더 좋아질 기미는 없다는 것이 시장 전망”이라며 “워낙 시장이 가라앉은 상황이어서 반등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업체인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9년 들어 D램은 10% 이상, 낸드플래시는 10% 내외의 공급과잉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2019년 상반기까지 수요의 핵심인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구매자들의 주문이 매우 저조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반도체 수요를 뒷받침해줬던 서버시장 수요가 업황 회복 여부를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기평은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이나 가격 반등 모두 2020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