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아픈 기억과 마주한 할머니 ‘울컥’

부산 강제동원역사관 찾은 이옥선씨 / 휠체어 타고 피해자 중 첫 방문 / 위안부 생활 사진 앞서 설명듣다 / 감정 북받쳐 “나쁜 사람들” 눈시울
이옥선 할머니가 일제강제동원역사관 4층 전시관을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일제 역사관을 잘 꾸며놓은 것 같아 좋고, 감사합니다.”

18일 오후 부산시 남구에 위치한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2·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 거주) 할머니는 간단하게 소감을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 중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한 사람은 이 할머니가 처음이다.

기력이 쇠한 이 할머니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전체 전시관을 다 둘러보지는 못하고 4층의 ‘노동력·여자근로정신대관’을 중점 관람한 뒤 간단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4층에는 △일본군의 위안소 운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생활 △야나기모토 해군비행장의 위안소 △지옥의 땅 ‘군함도’ △사이판섬, 티니언섬의 자살절벽 △끝나지 않은 고통, 일본군 위안부 ‘훈 할머니’ 코너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상 사진 앞에 휠체어를 멈춘 이 할머니는 안내자의 설명을 들은 뒤 감정이 북받치는 듯 나지막하게 “나쁜 사람들”이라고 혼잣말을 한 뒤 눈시울을 붉혔다. 이 할머니는 ‘강제동원 피해자 윤병열의 이야기 코너’에서 “돈을 번다는 말에 속아서 젊은 나이에 일본 탄광에 끌려갔다가 온갖 고초를 겪은 분”이라는 말을 듣고는 과거 자신의 처지가 떠오른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나타냈다. 이어 이 할머니는 4층 로비에서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나눔의 집이 주관하는 ‘할머니의 내일’ 특별코너를 한 바퀴 둘러봤다. 이곳은 할머니의 어제·기억·오늘·내일 4개 코너로 꾸려 아픈 과거와 내일의 소망을 담았다. 이 기획전시회는 지난 7월2일 광주를 시작으로 이달 28일까지 경기 구리, 서울, 청주, 부산, 대전 등지를 순회한다.

역사관 관람을 마친 이 할머니는 휴식을 취한 뒤 자신이 태어난 고향인 부산 중구 보수동을 찾아 2박3일간 어린 시절 기억이 남아 있는 고향 곳곳을 둘러볼 예정이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이 할머니가 건강한 모습으로 역사관 관람을 의미 깊게 잘하신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 역사관에는 지난해 14만5000명이 방문했고, 올해도 8월 말까지 11만6000명이 다녀갔다.

 

부산=글·사진 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