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앉았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의 후폭풍 외에도 심화되는 경기 침체, 풀릴 기미가 없는 대북 관계 등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사과한 ‘조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반성·책임 부재와 청와대의 일방적 국정운영 및 불통도 민심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정치권은 진단했다.
한국갤럽이 18일 발표한 정기여론조사(지난 15∼17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국정 지지도)는 39%에 그쳤다. 이는 지난주보다 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전주대비 2%포인트 상승한 53%였다. 갤럽 조사에서 지지도가 30%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정 평가는 9월 셋째 주 조사 때와 같은 취임 후 최고치였다.
한 주 사이에 이념적 중도층과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 지지도가 급락했다. 중도층 지지도는 46%에서 36%로, 무당층 지지도는 25%에서 19%로 떨어졌다. 갤럽은 “조 전 장관 주도의 검찰 개혁을 기대했거나 관망했던 이들에게 사퇴 소식이 적지 않은 허탈감을 안긴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 사퇴에 대해선 응답자의 64%가 ‘잘된 일’로 평가해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26%)을 압도했다.
문제는 청와대가 “나는 괜찮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경제 상황에 비관론이 커지는데도 청와대는 오히려 “위기를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반격을 가했다. 한 핵심관계자는 지지도 30%대 추락에 대해 “지지율은 조사마다 흐름이 천차만별”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해 방향을 바꾸는 게 과연 맞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평가 이유로 ‘독단적·일방적·편파적’(13%), ‘국론 분열·갈등’(7%), ‘소통미흡’(5%) 등 ‘불통’과 관련한 내용이 많이 꼽힌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꼬인 정국에 대한 해법으로 청와대 쇄신론·개각설이 나온다. 국정을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 추진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금은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는 것이 저희의 할 일”(고민정 대변인)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들은 계속 부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도 청와대가 아무런 반응을 내보이지 않으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며 “청와대가 어떤 식으로든 반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