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역대 최저치인 1.25%로 낮춘 것에 발맞춰 시중은행들이 이르면 이번주부터 예금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기준금리 인하로 12개월 만기 기준 예·적금상품 금리가 연 1% 초반대로 떨어진 가운데 이번 기준금리 인하마저 적용되면 ‘0%’대 상품 등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 은행이 판매 중인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주력 상품의 금리는 기본금리 기준으로 1.5%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다. NH농협은행의 ‘왈츠회전예금Ⅱ’가 18일 현재 1.59%이고, KB국민은행의 ‘KB국민UP 정기예금’, 우리은행의 ‘우리SUPER주거래 정기예금’, KEB하나은행의 ‘N플러스 정기예금’은 각각 1.5%다. 신한은행의 ‘신한S드림정기예금’은 1.35%다.
금융 시장에선 한은이 내년에 기준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금융경제 상황 변화에 대응할 여력은 아직 남아 있다”면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경기 둔화 국면에 따라 더욱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만큼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따른 예금금리 0%대 고착화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시중은행이 공격적인 예금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내년부터 새롭게 도입되는 신예대율 규제 때문이다. 예대율은 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이다. 신예대율 규제 하에선 시중은행은 예대율 100%를 넘으면 안 된다. 신예대율에선 가계대출의 가중치가 15% 상향되는 반면 기업대출 가중치는 15% 하향한다. 시중은행에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원인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기업대출을 통한 투자를 늘리려는 의도지만, 시중은행으로선 위험성 큰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을 늘리려고 더 많은 예금을 유치하는 쪽으로 준비할 공산이 크다. 주요 시중은행이 현행 예대율에선 100%에 못 미치지만, 신예대율을 기준하면 모두 100%를 넘기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더 많은 예금을 유치하려면 마냥 예금 금리를 떨어뜨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인하는 시차를 두고 다음달에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매달 15일에 공시되기 때문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자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통상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안정적인 만큼 높게 형성되지만 최근 수개월째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역전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변동금리는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고정금리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반등하고 있다. 고정금리 오름세가 이어지고 변동금리가 더 내린다면 변동금리로 대출받는 게 더 유리해질 수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