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바흐 환상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14년 만에 무대 오른다

작곡가 스스로 ‘판타스틱 오페라’라고 자랑했던 대작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를 국립오페라단이 14년 만에 공연한다. 19세기 유럽 최고 인기 작곡가였던 자크 오펜바흐 마지막 작품이다. 환상문학의 원조인 독일 대문호 E.T.A.호프만의 단편소설 세편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더한 총 5막으로 구성된다. 공연시간만 총 205분에 달하는 대작이다.

 

초연을 앞두고 오펜바흐가 죽은 탓에 이후 여러 결말을 지닌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번 무대를 책임진 마에스트로 세바스티안 랑 레싱과 연출가 뱅상 부사르는 캐스팅 단순화 등으로 이야기 전개에 힘을 실어줬다. 주인공으로서 세 이야기 화자인 호프만을 순진하고 물정 모르는 예술가로 설정하고 그가 사랑한 여인들, 올림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 스텔라를 1명의 소프라노가 연기하게 했다. 또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사랑의 훼방꾼 역시 1명의 성악가가 도맡아 극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음악 역시 다양한 판본의 악보가 존재하는데 랑 레싱은 장대한 합창으로 막을 내리게 되는 가장 드라마틱한 음악적 결말의 버전을 선택했다. 무대디자이너 뱅상 르메르는 보랏빛 구름, 은빛 별로 뒤덮인 무대 위에 거대한 달, 도식화된 피아노와 바이올린 등의 상징적인 형상을 등장시킨다. 또 의상 디자이너 클라라 펠루포 발렌티니는 남자들에겐 멋진 턱시도를, 여성들에겐 한복디자이너 이영희의 바람옷을 연상시키는 한복 모티브의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르도록 했다.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는 성악가에게 어려운 곡으로 정평 난 ‘인형의 노래’와 가장 유명한 뱃노래로 손꼽히는 ‘호프만의 뱃노래’다. 국립오페라단은 모처럼 무대에 올리는 대작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고 수준의 출연진을 구성했다. 호프만 역은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테너 장 프랑수아 보라스와 국윤종이 맡는다. 호프만의 여인으로 올림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 스텔라 역은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마농’에서 인상적 열연을 보여줬고 최근 독일에서도 ‘호프만의 이야기’를 공연한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와 우리나라 오페라계 신성(新星) 소프라노 윤상아가 맡는다. 호프만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역은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극장을 거쳐 드레스덴 젬퍼오퍼의 주역가수로 활약하고 있는 바리톤 양준모가 맡는다. 또 호프만을 지켜주는 그의 뮤즈이자 니클라우스 역은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에서 도라벨라 역으로 활약한 메조 소프라노 김정미가 맡는다. 그 외에도 테너 위정민, 노경범, 바리톤 최병혁, 베이스 김일훈, 소프라노 김윤희 등 개성 넘치는 실력파 성악가들이 합류하여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줄거리는 제목 그대로 재능있는 예술가 호프만의 사랑 이야기다. 사랑하는 오페라 여가수와 싸운 호프만은 술집에서 대학생들 성화에 세 연인이 겪은 사랑의 종말을 이야기해준다. 모두 악역의 훼방으로 진정한 사랑이 깨졌는데 연출가는 각각에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뱅상 부사르는 그의 연출 노트에서 이들이 19세기 여성들에게 가해지던 억압의 세 가지 측면을 대표한다고 해석했다. 첫째 이야기에 나오는 ‘올림피아’는 가식적인 미모에 음악적 재능을 가질 것에 대한 요구, 둘째 이야기의 ‘안토니아’는 재능을 희생하고 현모양처가 되라는 요구, 마지막 이야기의 ‘줄리에타’는 자신의 내면이 공허하든 말든 완벽한 외모와 남성을 유혹하는 능력을 갖추라는 요구의 희생물이다.

 

이런 실패한 사랑의 이야기 끝은 주인공 호프만 차례다. 악마의 훼방으로 화해를 청한 오페라 여가수 편지는 전달되지 못하고 결국 여가수는 다른 남자에게로 간다.

연출가 뱅상 부사르와 바리톤 양준모.

호프만의 연이은 실연(失戀) 뒤에는 그의 곁에서 친구로 변신했던 뮤즈가 있다. 뮤즈는 유한한 현세의 사랑 대신 그의 예술을 사랑하는 무한한 신들의 사랑을 택하도록 권하고 깨달음을 얻은 호프만의 이야기는 “인간은 사랑과 시련으로 성숙해진다”는 노래를 부르며 끝난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4∼27일.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