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사 향한 '길목'… 檢, 정경심 혐의 소명 '사활'

영장심사 송경호 부장판사 배당/ 조국 조사 향한 길목… 檢, 혐의 소명 ‘사활’/ 鄭측 “기초 사실 관계 오해”… 법리공방 예고/ 법조계 “피의자 건강은 고려대상 아니다”/ 행정처장 “건강상태 고려… 공정성 중요”/ 일각 “鄭측, 심사 당일 추가자료 낼 수도”/ 檢 “사안 중대” 鄭측 “표적수사 피해자”/ 鄭, 檢선 피했지만 이번엔 모습 드러낼 듯/ 정경심 교수 측 “영장 심사 출석할 것”
법원 입구에 설치된 포토라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하루 앞둔 22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입구에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이재문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3일 밤늦게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 교수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23일 오전 10시30분에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정 교수의 영장실질심사는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49·사법연수원 28기)가 맡는다. 결과는 이르면 23일 밤늦게, 늦어도 24일 새벽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검찰은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지 55일 만인 전날 정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정 교수에게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증거인멸 등 11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정 교수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을 위조한 혐의로 이미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정 교수가 표창장을 허위로 발급받아 자녀 입시에 활용했고 ‘조국펀드’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는 한편 이 펀드의 실질적 운용자인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36·구속)씨와 함께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교수는 가족의 자산관리인인 한국투자증권 김경록 차장에게 자택과 동양대에서 사용하던 PC를 숨기거나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영장 발부 여부는 정 교수와 관련해 법원이 내리는 첫 판단으로, 두 달 가까이 진행된 검찰 수사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

 

차량에 탑승하는 鄭교수 업무상 횡령, 증거위조교사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앞두고 있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왼쪽)가 22일 오전 외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鄭 ‘건강 상태’ 최대 변수… 檢 “CT 등 검토 결과 수감생활 가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입시비리·사모펀드 등 비리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보고 있다. 동시에 조 전 장관에 대한 직접 조사로 향하기 위한 ‘길목’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검찰은 정 교수의 신병 확보 여부가 해당 사건 수사의 성패를 가른다고 보고 혐의 소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 교수 측은 검찰이 “기초 사실관계를 오해하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양측의 법리 공방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속 여부 가를 핵심 요인으로 떠오른 ‘건강 문제’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건강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정 교수 측으로부터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자료 등을 제출받아 검토한 결과 구속 수감을 견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정 교수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검증했다”고 했다. 반면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정 교수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검사와 눈을 마주치기 어려웠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 측으로서는 건강 상태가 불구속 재판 필요성을 영장전담법관에게 설명하는 데 활용할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의 친동생인 조모(52) 전 웅동학원 사무국장도 “넘어져서 허리디스크가 심해졌다”며 영장심사를 미루려다 결국 포기했는데, 법원이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도 않고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영장심사를 맡았던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밝힌 영장 기각 사유 중 하나는 ‘건강 상태’였다.

 

피의자의 건강 상태가 구속을 가르는 요인인지를 두고 법조계 의견은 분분하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건강 문제는 영장심사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그렇게 안 한 지 한 30년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허리디스크를 호소하고 있지만, 형집행정지 신청이 들어올 때마다 검찰이 매번 퇴짜를 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날 국회에서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범죄 사실뿐 아니라 수감을 감내할 수 있는지 건강 상태를 고려하고, 공정성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의자가 수감 생활을 감내하지 못할 정도인지는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라고도 했다. 일부에서는 정 교수 측이 건강 문제를 강조하기 위해 영장심사 당일 추가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안 중대” vs “애초 죄 아닌데 검찰이 오해”

 

검찰은 정 교수에게 위조사문서행사 및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11개 죄명을 영장청구서에 기재함으로써 조 전 장관 가족 의혹의 핵심 피의자임을 강조했다. 반면 정 교수 측은 “검찰이 근본적 사실관계를 오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애초 죄가 아닌데 억지로 끼워 맞추기식으로 혐의를 만들어냈다는 논리다.

 

‘검찰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했다’는 말은 통상 형사 사건의 피의자 또는 피고인 측이 영장심사 또는 공판 절차에서 재판부에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는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영역에 속한다는 게 법조계 견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 형사 사건을 넘어 정치 쟁점으로 불거진 상황이고, ‘표적 수사’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기 때문에 혐의 소명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 범죄의 중대성, 죄질, 증거인멸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 교수 측은 “영장청구 사실은 총 11개로 기재돼 있기는 하나, 그 실질은 2개의 의혹을 11개의 범죄 사실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고 받아쳤다. 또 입시비리 등과 관련해서는 “향후 재판을 통해 해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결백할 뿐 아니라 표적 수사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한편 정 교수는 검찰의 배려로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아 취재진의 눈을 피할 수 있었지만, 영장심사 당일만큼은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에서 호송차를 타고 법원으로 이동한 뒤 영장심사가 열릴 법정까지 도보로 이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통상적인 동선으로 정 교수가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건강 문제 등으로 영장심사 불출석 가능성이 제기된 데 대해 정 교수 측은 이날 “영장심사에 출석할 것”이라고 했다.

 

정필재·배민영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