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학생에 “일베냐” 논란 인헌고…과거 ‘페미니즘 강요’도

[이슈톡톡] ‘정치편향 강요’ 논란 일파만파
인헌고 성평화동아리 학생들과 한국성평화연대가 지난 6월 서울 신촌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한국성평화연대 제공

최근 일부 교사가 학생들에게 특정 정치사상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는 몇 달 전에는 학생들이 ‘페미니즘’(feminism)이 아닌 ‘성(性)평화’를 주창하는 자율동아리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동아리 폐쇄 절차를 밟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인헌고 학생들이 민원을 낸 데다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 학교를 대상으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페미니즘 아니라고 동아리 폐쇄” 논란

 

23일 인헌고 학생들이 만든 ‘인헌고 학생수호연합’ 등에 따르면 이 학교에서는 지난 6월 학생들이 자율동아리 폐쇄 문제로 학교 안팎에서 집단행동을 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올해 3월 이 학교 남녀 학생 6명이 지난해 한국 사회의 논란거리였던 페미니즘 문제의 대안을 찾고 남녀의 성평화적 합의를 도출하고자 만든 성평화 동아리 ‘WALIH(왈리)’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해당 동아리 담당 교사는 학생들이 추구하는 성평화가 자신이 생각하는 ‘성평등’과 다르다는 등 이유로 그만뒀는데, 이후 학교 측은 담당 교사 없이 자율동아리를 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한 교육부 지침을 근거로 동아리 폐쇄를 통보했다.

 

교사의 ‘정치편향 강요’ 논란이 일고 있는 인헌고 학생들이 만든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로고. 페이스북 캡쳐

당시 왈리 학생들은 항의차 이 학교 교장을 찾아갔으나 교장은 ‘여성이기 때문에 억압당하고 구속당하는게 한 두가지인가?’, ‘네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페미니즘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될거야’, ‘그러니까 좀 더 생각을 해보고, 여성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되면 너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밖에 없어’ 같은 발언과 함께 학생들을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후 학생들은 학교 인근과 서울 신촌역 등지에서 ‘성평화 풍선 퍼레이드’ 집회를 열어 학교 측의 태도를 “페미니즘 사상 독재”라고 규탄하는 한편 학내에서도 가정통신문을 본딴 ‘6월 학생통신문’을 만들어 다른 학생들에게 동아리 폐쇄의 부당함을 알리는 활동을 했다.

 

유튜브와 각종 커뮤니티,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관련 내용이 화제가 되며 학교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사안이 청원으로 올라오는가 하면, 관련 인터넷 기사 댓글란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학교를 비판하거나 학생들을 응원하는 글이 빗발쳤다. 학교 측은 논란이 커지자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진화를 시도했으나 학생들의 반발은 이어졌다. 왈리 회장을 맡았던 A(18)군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학교가 페미니즘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자율적인 동아리 활동을 강탈했다”며 “페미니즘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은 독재정치를 연상케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정치 강요’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인헌고의 학생들이 학생수호연합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포스터. 페이스북 캡쳐

◆교육청, 학생들 민원·논란에 ‘진상조사’

 

인헌고에서는 최근 일부 교사가 학생들에게 반일구호를 외치도록 강요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언론 보도를 믿으면 ‘개·돼지’라고 막말을 했다는 학생들의 폭로가 나오면서 또다시 논란이 됐다. 인헌고 학생들은 이 학교 일부 교사가 지난 17일 열린 교내 마라톤 행사에서 학생들에게 반일구호를 외치도록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이후에도 수업 시간에 반일운동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학생들에게 적어내도록 하고, 교사가 원하지 않는 대답을 할 경우 ‘일베’(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 낙인을 찍어댔다는 폭로도 나왔다.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조 전 장관 관련 ‘가짜뉴스’를 믿으면 개·돼지”라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교 학생들은 페이스북에 학생수호연합 페이지를 만들어 관련 폭로를 이어가는가 하면, 교사들의 이 같은 정치편향적 행태를 감사해달라며 서울교육청에 민원을 접수하기도 했다. 청원 성격의 해당 민원에는 인헌고 재학생 15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은 이날 인헌고에 본청과 동작관악교육지원청 소속 장학사들을 파견해 특별장학에 들어갔다. 특별장학은 교육당국이 학교 현장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의 진상 파악을 위해 벌이는 현장조사다. 시교육청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감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학생수호연합은 이날 오후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