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신속 처리 계획안이 영국 의회에서 또다시 발목을 잡혔다. 이로 인해 브렉시트 기한 연기와 함께 영국서 조기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커졌다.
BBC방송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22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협정 법안을 사흘 내로 신속 처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계획안을 반대 322표, 찬성 308표로 부결했다.
계획안 통과가 좌절되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협정 법안 상정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상원과 여왕 재가도 남은 데다 기한이 10일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회와 협력해 합의안에 근거한 유럽연합(EU) 탈퇴를 포기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존슨 총리는 지난 19일 EU에 의회 승인을 얻지 못하면 2020년 1월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존슨 총리는 “나는 결코 이 일을 몇 달 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면서 “의회가 브렉시트 단행을 거부하고 내년 1월이나 그 이후로 이를 연기하려 한다면 정부는 이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오는 31일 EU 탈퇴를 강행할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영국의 ‘브렉시트 3개월 추가 연기’ 요청에 어떻게 대응할지 EU가 결정해야 한다”고 책임을 EU에 떠넘겼다.
영국 의회 상황이 전해지자 도날트 투스크 EU 집행위원회 상임의장은 즉각 EU 회원국 정상들에게 브렉시트 연기 승인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 EU 27개 회원국에 연장을 위한 영국의 요청을 승인하도록 권고하는 절차를 게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독일 정부는 23일 “독일 때문에 (연장 요청이)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BBC는 EU 관계자들이 브렉시트 기한이 연기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전했다. 노딜 브렉시트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총리실 관계자는 “영국 의회가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렸다”면서 “브렉시트 기한이 연기되면 조기 총선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도 그간 브렉시트가 연기되면 조기 총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브렉시트 기한이 연기되고 조기 총선이 치러지면 보수당과 노동당 어느 쪽도 과반을 장담할 수 없는 정국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