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불평등 문제 심각… '임팩트 금융' 역할 확대해야” [2019 세계금융포럼]

기조연설/ 로즈마리 아디스 호주 NAB 前 의장/ 임팩트 금융은 금융투자 방식의 혁명/ 지속가능성 측면에 중점투자한 기업들/ 주가·기업가치, 타 회사에 비해 좋은 결과/ 대다수 국가 불평등 해결 투자 효과 못 봐/ 금융, 잘 활용했을때 임팩트 더욱 커져/ 전달할 수 있는 결과물도 광범위해질 것
로즈마리 아디스 호주 임팩트금융민간자문위원회(NAB) 前 의장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세계일보와 세계파이낸스 주최로 열린 ‘2019 세계금융포럼’에서 ‘임팩트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임팩트 금융은 작게는 빈곤이나 불평등 해소, 크게는 전 세계 인류와 지구환경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금융투자 방식의 혁명입니다.”

 

23일 제2회 세계금융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로즈마리 아디스(사진) 호주 임팩트금융민간자문위원회(NAB) 전 의장은 임팩트 금융을 ‘혁명’이라 강조했다. 그는 유엔개발계획(UNDP) 지속가능개발목표(SDG) 임팩트 수석고문을 맡을 정도로 권위 있는 이 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아디스 전 의장은 “과거엔 투자는 돈을 벌기 위한 것, 봉사 등의 사회적 기여는 돈 버는 것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임팩트 금융은 별도 영역으로 여겨졌던 두 부분을 한데 합쳐 가능하게 한 것”이라며 “진화가 아닌 혁명이라고 한 것은 진화 차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팩트 금융은 사회적 가치와 재무 수익률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행위를 뜻하는 ‘임팩트 투자’와 소액금융 지원을 뜻하는 ‘마이크로파이낸스’를 결합한 용어다. 흔히 빈곤층 의료 지원, 환경보전 사업, 인프라 구축 등 사회문제 해결엔 수익성 없이 큰돈만 들어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 때문에 사회적 경제조직에겐 금융 문턱이 유난히 높고 적절한 투자자를 찾기도 힘들다. 그러나 이러한 분야에 실제 투자하면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자본시장의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이 나기도 한다.

 

아디스 전 의장은 “‘경쟁전략’으로 유명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도 ‘사회, 환경 관련된 사업과 금융투자의 성과 간에는 뚜렷한 연결고리를 볼 수 있다’고 말할 정도”라며 “수십년에 걸쳐 이뤄진 하버드대 연구를 보더라도 ‘지속가능성’ 측면에 중점을 두고 투자해온 기업이 주가나 기업가치 측면에서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융을 잘 활용했을 때 그 임팩트는 더욱 커질 수 있고, 이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결과물도 광범위해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임팩트 금융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관심을 받게 됐다. 아디스 전 의장은 “한국도 불평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은 물론 대다수 국가가 소득불평등, 사회 불평등 때문에 큰 문제를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년간 공공자금 수조원을 투자했지만 제대로 효과를 못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인류와 지구환경을 돕기 위해 UNDP가 17개의 지속적 목표로 합의한 것이 바로 SDG다. 도로나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매년 수십억달러의 비용을 초래하는 사고를 줄이는 것이 한 사례다. 5억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죽어가는데, 이들이 제대로 된 예방접종을 받게끔 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마련해 줄 수도 있다. 방글라데시의 빈곤퇴치 일환으로 설립된 그라민은행은 영양소를 고농도로 포함한 요구르트 제품 생산에 투자해 아동 건강은 물론이고 방글라데시 전체 국민의 건강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세계일보와 세계파이낸스 주최로 열린 ‘2019 세계금융포럼’에서 로즈마리 아디스 호주 임팩트금융민간자문위원회(NAB) 前 의장과 문철우 성균관대 교수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이재문 기자
로즈마리 아디스 호주 임팩트금융민간자문위원회(NAB) 前 의장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세계일보와 세계파이낸스 주최로 열린 ‘2019 세계금융포럼’에서 문철우 성균관대 교수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아디스 전 의장은 “나의 조국 호주에선 아동들의 음악교육을 위해 악기 구매 관련 펀드를 별도로 조성해 아동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아디스 전 의장은 임팩트 금융이 점차 금융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세계 임팩트 금융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임팩트금융추진기구(GSG) 연구에서 2030년쯤이면 채권시장의 10% 정도가 지속가능한 채권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SDG와 발전방향이 일치한 형태의 기업들이 전 세계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며 “벤처캐피털(VC) 투자액의 50%가 혁신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기업에 투자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세계일보와 세계파이낸스 주최로 열린 ‘2019 세계금융포럼’에서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 최운열 국회 정무위 위원(더불어민주당) 등 주요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아디스 전 의장은 “유해한 것을 피하고 이해당사자들에게 가치를 가져다주는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 세계 23개국의 국가별 임팩트 금융민간자문위원회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며 “임팩트 금융 수요도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실질적 결과도 나오고 있어 임팩트 금융의 앞날은 밝다”고 힘줘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