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금융은 작게는 빈곤이나 불평등 해소, 크게는 전 세계 인류와 지구환경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금융투자 방식의 혁명입니다.”
23일 제2회 세계금융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로즈마리 아디스(사진) 호주 임팩트금융민간자문위원회(NAB) 전 의장은 임팩트 금융을 ‘혁명’이라 강조했다. 그는 유엔개발계획(UNDP) 지속가능개발목표(SDG) 임팩트 수석고문을 맡을 정도로 권위 있는 이 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아디스 전 의장은 “과거엔 투자는 돈을 벌기 위한 것, 봉사 등의 사회적 기여는 돈 버는 것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임팩트 금융은 별도 영역으로 여겨졌던 두 부분을 한데 합쳐 가능하게 한 것”이라며 “진화가 아닌 혁명이라고 한 것은 진화 차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팩트 금융은 사회적 가치와 재무 수익률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행위를 뜻하는 ‘임팩트 투자’와 소액금융 지원을 뜻하는 ‘마이크로파이낸스’를 결합한 용어다. 흔히 빈곤층 의료 지원, 환경보전 사업, 인프라 구축 등 사회문제 해결엔 수익성 없이 큰돈만 들어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 때문에 사회적 경제조직에겐 금융 문턱이 유난히 높고 적절한 투자자를 찾기도 힘들다. 그러나 이러한 분야에 실제 투자하면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자본시장의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이 나기도 한다.
아디스 전 의장은 “‘경쟁전략’으로 유명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도 ‘사회, 환경 관련된 사업과 금융투자의 성과 간에는 뚜렷한 연결고리를 볼 수 있다’고 말할 정도”라며 “수십년에 걸쳐 이뤄진 하버드대 연구를 보더라도 ‘지속가능성’ 측면에 중점을 두고 투자해온 기업이 주가나 기업가치 측면에서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융을 잘 활용했을 때 그 임팩트는 더욱 커질 수 있고, 이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결과물도 광범위해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임팩트 금융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관심을 받게 됐다. 아디스 전 의장은 “한국도 불평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은 물론 대다수 국가가 소득불평등, 사회 불평등 때문에 큰 문제를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년간 공공자금 수조원을 투자했지만 제대로 효과를 못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인류와 지구환경을 돕기 위해 UNDP가 17개의 지속적 목표로 합의한 것이 바로 SDG다. 도로나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매년 수십억달러의 비용을 초래하는 사고를 줄이는 것이 한 사례다. 5억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죽어가는데, 이들이 제대로 된 예방접종을 받게끔 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마련해 줄 수도 있다. 방글라데시의 빈곤퇴치 일환으로 설립된 그라민은행은 영양소를 고농도로 포함한 요구르트 제품 생산에 투자해 아동 건강은 물론이고 방글라데시 전체 국민의 건강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아디스 전 의장은 “나의 조국 호주에선 아동들의 음악교육을 위해 악기 구매 관련 펀드를 별도로 조성해 아동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아디스 전 의장은 임팩트 금융이 점차 금융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세계 임팩트 금융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임팩트금융추진기구(GSG) 연구에서 2030년쯤이면 채권시장의 10% 정도가 지속가능한 채권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SDG와 발전방향이 일치한 형태의 기업들이 전 세계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며 “벤처캐피털(VC) 투자액의 50%가 혁신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기업에 투자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아디스 전 의장은 “유해한 것을 피하고 이해당사자들에게 가치를 가져다주는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 세계 23개국의 국가별 임팩트 금융민간자문위원회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며 “임팩트 금융 수요도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실질적 결과도 나오고 있어 임팩트 금융의 앞날은 밝다”고 힘줘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