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美 공화당… 실력행사로 탄핵조사 한때 파행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탄핵 조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루된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미국 여권이 궁지에 몰리자 실력행사에 나섰다. 불리한 진술이 쏟아지고 있는 하원 탄핵조사 청문회 비공개 증언장에 공화당 의원들이 떼로 몰려가 회의를 방해했고, 조사는 한때 파행됐다.

 

23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약 25명에 이르는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이날 오전 하원의 정보·정부감시 및 정부개혁·외교 등 관련 3개 상임위원회가 참석해 하원 정보위 보안실에서 열린 비공개 탄핵조사 청문회를 급습했다. 이날 비공개 청문회에는 로라 쿠퍼 러시아·우크라이나·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가 증언에 나설 예정이었다. 공화당 의원들이 “들여보내달라”고 외치며 회의실로 진입한 뒤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갔고, 결국 탄핵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증언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다. 회의는 약 5시간 이후에야 재개됐다.

 

공화당의 이번 실력행사는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이 우크라이나 외압 행사를 위해 원조를 보류했다고 폭탄 증언을 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이 속속 나오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원조를 대가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비리를 수사하라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회의실 기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 공화당원들에게 “더 거칠게 싸워라”고 주문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30명가량의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약 2시간30분 간 회의했고, 이때 회의실 급습에 대한 계획도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표면상으로는 민주당의 탄핵 조사 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 비공개 증언에 참석할 대상을 관련 3개 상임위로 한정한 데다 증언 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밀실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관련 3개 상임위에는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초기 단계가 지나면 녹취록을 배포하고 공개 청문회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원 민주당이 빠르면 다음 달 중순 탄핵 조사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24일 전했다.

 

이날 공개된 퀴니피액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55%는 탄핵 조사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3%는 반대를 표했다. 지난주 같은 조사에서 찬성은 51%, 반대는 45%였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17~21일 사이 158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오차범위는 ±3.1%포인트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