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우리생물] 나전칠기와 전복

판소리 흥부가에서 제비의 다리를 고쳐주고 부자가 된 흥부의 집에 찾아온 놀부가 화초장(花草欌)을 얻어 집에 돌아가며 흥에 겨워 부르는 노래가 화초장타령이다. 화초장은 옻칠한 나무장 안에 해충을 막기 위해 한지나 비단을 바르고 문에는 금속이나 자수 또는 자개를 사용한 꽃과 나비 등의 장식으로 화려하게 만든 장이다.

요즘은 붙박이장이나 반짝이는 색을 칠한 장을 쓰지만 1960~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부잣집 안방에는 자개로 장식된 화려한 화장대와 장롱이 유행이었다.



이러한 나전칠기는 조개와 고둥의 껍데기로 장식하고 옻칠해 만드는 전통공예품을 말하며, 이의 재료가 되는 패각을 ‘자개’라고 한다.

이러한 나전기법의 원료는 전복, 소라, 진주조개 등을 사용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재료는 전복이다. 우리나라에는 6종의 전복이 있는데 전복(全鰒)이라는 말은 온전한 전복을 말한다. 정약전의 현산어보에는 흑립복, 백립복, 오립복, 변립복 등 지금의 삿갓조개류를 기록하고 있는데 공통으로 ‘복’자가 붙어 있다.

나전칠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나는 전복인 둥근전복(까막전복)과 북방전복이 각각 청패와 색패로 불리며 사용돼왔다. 1950년대부터 크기가 크고 색깔이 다양한 외국의 패각을 사용했는데 지금은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등에서 7종의 패각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나전칠기에서는 우리나라 남해 한려수도에서 생산되는 북방전복의 패각을 색상과 빛깔에서 으뜸으로 치며, 주 생산지인 통영은 전통적인 나전칠기의 생산지이기도 하다.

나전칠기는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보기에도 예쁘고 고급스러운 모양이다. 이처럼 생물을 활용한 가치 창출의 세계는 우리 생각보다 무궁무진하다.

길현종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