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부정 채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딸 김모씨가 정규직 전환 채용 절차가 시작도 되기 전부터 그 결과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KT 관계자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2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진행된 김 의원과 이석채 전 KT 회장의 뇌물 혐의 사건 공판에서 2012년 당시 KT 인사 담당자였던 권모(48)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증언했다.
권씨는 김씨에게 정규직 채용 과정을 직접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김씨를 KT 서초사옥 16층의 직원 휴게실로 불러 ‘들으셨죠?’라고 물었는데 김씨가 약간의 고개 끄덕임 정도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별다른 배경도 설명하지 않고 질문했는데 긍정하는 듯한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어 권씨는 “평소 친분이 없는 상황에서 (인사 담당자가) 뜬금없이 부르면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이라며 “(김씨가) 그 목적을 모른다면 되물었겠지만 되묻는 것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자신이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될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2011년 계약직으로 KT에 입사한 김씨는 이듬해 KT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최종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 그러나 김씨의 채용 과정은 다른 지원자들과 사뭇 달랐다. 김씨는 당시 신입사원 공채 서류접수가 마감되고 인적성검사까지 끝난 뒤 권씨에게 설명을 들었고, 이후 이메일로 서류를 제출한 뒤 인터넷으로 인적성 검사를 혼자 응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적성 결과는 불합격이었지만 김씨는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검찰은 이처럼 김씨의 채용 과정이 비정상적이었던데다 김 의원과 이 전 회장 사이에 대가성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두 사람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이날 김씨를 증인으로 채택해 다음달 8일 공판에서 증인으로 소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늘 증언 등을 포함해 재판 과정에서 나온 것을 보면 계약직·정규직 채용과 관련해 김씨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증인 채택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 측은 “김씨를 새롭게 신문해야 할 필요성이 없으며, 과도한 언론 노출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반대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의원은 딸의 증인 채택에 대해 “법정에서 진실을 얘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