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확대’ 속도전…교육계 반발 넘어설까 [Weekly교육]

“정시가 능사는 아닌 줄은 알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라는 입시 당사자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수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서울의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주기 바랍니다.”(문재인 대통령, 25일 교육개혁관계장관회의)

 

문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주요 대학의 학종 비중을 낮추고 정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교육개혁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르면 현 고1이 대입을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수능위주전형) 비중이 확대되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포함한 수시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 공정’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시 비중 확대를 포함한 교육 개혁을 지시했다. 연합뉴스

 

‘금수저·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는 학종을 둘러싼 논란은 정시 확대와 학종의 투명성 강화, 고교서열화 해소로 큰 가닥이 잡힌 셈이다. 드라마(SKY캐슬)와 현실(조국 사태)이 맞물리면서 대중의 분노가 비등점을 넘자 미룬 방학 숙제를 몰아 처리하듯 속도전에 나선 모양새다.

 

교육계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진보 진영과 시·도 교육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수 진영도 즉흥적인 의사결정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의 정시확대 드라이브가 교육계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정시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협의회 대입제도개선연구단 단장인 박종훈 경남교육감 명의로 지난 23일 낸 성명에서 “정시확대는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협의회는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은 학교 교육과정의 파행을 부추기고 문제 풀이 중심의 수업을 낳았다”며 “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이 정착단계에 접어들면서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위한 교육현장의 노력이 성과를 내는 때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을 통해 내달 초 자체 대입 제도 개선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교조는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표 직후 대변인 명의 구두 논평에서 “정시 확대는 교육현장을 10년 전으로 퇴행하게 할 것”이라며 “교실은 다시 문제풀이 중심의 수업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며 이는 공교육 정상화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라고 혹평했다. 전교조는 “일련의 정시 확대 흐름은 교육 전문가이자 일선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해 온 우리 교사들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결정”이라며 현 정부의 교육철학 부재를 비판했다.

 

 

전교조는 정시학대 방침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2015교육과정’과 충돌하고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에 문제가 되고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이 선결돼야하고 △고교서열화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지금까지 수업혁신과 평가혁신으로 발전해온 교육의 퇴행이며 △문제풀이 교육으로 잠자는 교실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성명에서 “학교와 교실을 사교육 학원으로 전락시킬 것”이라며 “결국 학생을 수능점수에 의해 줄 세우는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수적인 입장의 한국교총은 정시와 수시의 지나친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정 부분 정시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다. 다만 지난해 대입 제도 공론화를 통해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에서 정시 30% 이상 확대를 권고한 만큼 이를 안착시키는 게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교총은 “30% 이상을 훨씬 뛰어 넘는 비율을 각 대학, 특히 학종 실태조사를 진행 중인 특정 대학에 강제하는 것이라면 이는 정치적 요구와 예단에 떠밀려 11월중에 섣불리 결정하고 발표할 일이 아니다”라고 반대했다.

 

교총은 또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는 방침은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고교체제라는 국가교육의 큰 틀이 정권의 이념과 성향에 따라 시행령 수준으로 좌우되는 것은 교육법정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며 “차기 정권이 결정할 사안을 내년 총선용으로 밀어붙일 경우, 정권이 바뀌면 또 뒤집히는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정시확대를 주장해온 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실질적으로 지난 시정연설 수준과 다를바 없는 원론적인 수준에 거쳐 아쉽다”면서 “만약 정시확대 제안이 실현되지 않고 정치적 구호에 그쳐 유야무야 된다면 반드시 국민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6일 논평에서 “현재의 정치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임시방면으로 현재의 수시제도에 대한 개혁을 ‘교육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지시하는 문대통령의 국정운영은 현재의 수험생과 부모들을 다시 한 번 희롱하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