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 과정에서 한·미연합사령부의 위기관리 대응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에서 ‘한반도·미국 유사시’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미국이 최근 전작권 전환 이후에 대비한 ‘한·미동맹 위기관리 각서’ 개정 협의에서 이런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 요구대로 각서가 개정되면 호르무즈해협, 시리아 등 중동지역이나 남중국해 등 미군 군사작전 영역까지 한국군이 파병될 근거가 마련된다. 미국이 안보 위협을 받으면 한국과 직접 연관이 없는 해외 분쟁지역에 한국군을 파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한·미동맹을 ‘주고받는 관계’로 바꿔 비대칭성을 줄이려는 미국 측 의도가 읽혀진다. 한·미동맹의 틈이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징후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
미국의 이번 제안은 매우 부적절하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태평양지역에서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 양국이 공통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행동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 조항과 배치된다. 미국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으로 갈등을 빚는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구태여 한·미동맹의 대응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한국은 미국의 베트남전에 파병했고, 이라크에도 병력을 보내 미군을 도왔다. 전 세계의 미국 동맹국 가운데 한국만큼 협조적인 나라가 또 있는가. 한국은 협의 과정에서 미국 측 제안에 난색을 표명했다고 한다. 한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요구는 철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