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딸라’ 김영철이 불러낸 연예인과 정치 [박태훈의 스토리뉴스]

김영철, "내나이 곧 일흔"이라며 한국당 제의 거절 / 1978년 홍성우로 시작된 연예인 국회의원 / 14대, 이순재 이주일 최불암 강부자 등 전성기 / 신성일도 삼수끝에 금배지 / 19대 김을동 이후 명맥 끊어져 / 스타개념 달라지고 정치도 전문화, 연예인 국회의원 좁은 문

'4딸라' 김영철(66)이 자유한국당의 러브콜을 거절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기를 등에 업고 금배지를 달았던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 내렸다.  

 

◆ 궁예, 4딸라, 동네한바퀴의 김영철 "곧 일흔인데 이 나이에 무슨 정치를~"

 

김영철은 자유한국당 인재영입 후보 중 한 명이었다는 소문에 대해 30일 "가까운 의원이 (한국당 입당을) 생각해보라는 전화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바로 거절했다"고 영입 제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어 "내일모레면 일흔으로 본업도 마무리할 나이인데, 이 나이에 무슨 정치냐"며 " 정치 입문 보도가 나와 당황스럽고 작품활동에 충실하려 한다"고 선을 명확히 그었다. 

 

김영철은 1973년 민예극단을 통해 연극무대에 입문한 뒤 1977년 TBC공채로 방송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와 표정 연기로 TV, 영화판을 넘나 들었고 지금까지 유행되는 몇 몇 명대사를 남겼다. 

 

2000년 KBS 1TV 태조 왕건에서 궁예로 등장해 '관심법', 2002년 SBS TV '야인시대' 에서 김두한 역을 맡아 "4딸라"(4달러)라는 대사를 남겼다. '4딸라'는 최근 온라인을 통해 다시 유행어가 됐고 광고계 러브콜로 이어졌다. 

 

2005년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는 이병헌에게 한 대사 "너는 내게 모욕감을 줬어"도 널리 알려졌다. 최근에는 KBS 1TV '동네 한바퀴'를 통해 수수한 동네 아저씨로 또 다른 그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 41년전 홍성우, 첫 탤런트 출신 국회의원...최무룡 최불암 이순재 등

 

탤런트 출신 첫 국회의원 기록은 1978년 10대 국회에 입성한 홍성우가 갖고 있다. 홍씨는 무소속으로 국회에 발을 들인 뒤 이듬해 공화당에 입당했다. 11, 12대땐 민주정의당으로 나서 내리 당선된 뒤 1988년 정계에서 은퇴했다.

 

이어 영화 '갯마을'과 1980년 KBS 1TV 인기드라마 '달동네' 등에 출연했던 이낙훈은 11대 국회의원(민정당 전국구)으로 활동했다. 탤런트 최민수의 아버지로 당대 톱스타였던 최무룡은 1988년 신민주공화당 간판을 달고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탤런트 국회의원 전성기는 14대 국회(1992년 3월~1996년 3월)로 이순재(민주자유당), 이주일, 최불암, 강부자(이상 통일국민당)가 '의원님' 소리를 들었다. 이순재는 선거 직전에 방영됐던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로 출연한 것이 당선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15대 국회엔 정한용, 18대 국회엔 최종원, 18~19대 국회에선 탤런트 송일국의 어머니이자 김두한의 딸 김을동이 배우 출신 의원 계보를 이었다.

 

◆ 뼛속까지 배우였던 신영균, 신성일(강신성일)도 국회에...20대 국회 '연예인 출신' 전멸 

 

'미워도 다시한번' 등 1960년대를 대표했던 배우 신영균은 13대 총선(위 사진) 낙선 아픔을 딛고 15,16대 2선 의원으로 활동했다. 

 

1960년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이래 '맨발의 청춘'(1964년), '별들의 고향'(1974년), '겨울 여자'(1977년) 등 무려 507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던 1960~70년대 최고스타 신성일은 국회문을 두드리고 두드린 끝에 16대 국회를 통해 꿈을 이뤘다. 신성일은 11대 국회 때 본명인 강신영으로 나섰으나 고배를 마시자 이름을 '강신성일'로 바꿔 15대 국회, 16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16대 때 당선됐다.

 

20대 국회에선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을 한명도 찾을 수 없다.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서울 송파구병에 출마했던 김을동이 아들 송일국의 헌신적인 선거활동에도 불구하고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배,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 명맥이 끊어졌다. 

 

◆ 1990년 초까진 TV와 영화속 주인공이 선망의 대상...인터넷 발달로 '워너비' 다양화, 정치도 전문영역화

 

연예인 출신 의원이 사라진 것은 시대 변화와 연관이 있다.

 

인터넷이 본격 등장하기 전인 1990년대 초반까지 TV와 영화속 주인공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정치적 포부, 능력과 관계없이 톱탤런트와 배우에 대해 많은 사람이 호감을 나타냈고 상당부분 표로 연결됐다.

 

하지만 인터넷 발달과 함께 영향력있는 매체도 달라졌고 또 분산됐다. 대중들은 선망의 대상(워너비)을 여러분야에서 찾아냈고 방송패널, 스포츠, 유튜브 등에서도 스타가 여럿 배출됐다. 

 

또 출마자에 대한 △ 개인 능력 △ 활동경력 △ 사생활 △ 과거 발언 등 현미경 분석이 따라 붙고  정치도 전문화 되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름값만으로 선거에 나서 당선되기는 힘든 구조가 됐다.

 

현실적으로 연예인이 국회의원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은 '비례대표'로 간택되는 것이지만 공천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제왕적 당대표가 사라진 만큼 이 길 역시 좁고 좁다. 따라서 '4딸라' 김영철에 대한 러브콜도 '공천 100%, 혹은 당선권내 비례대표' 보장보다 도전할 수 있는 기회제공으로 이해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KBS 캡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