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北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력 먼저 갖춰야”

역대 국방장관들 ‘정치적 입김’ 우려 / “韓·美가 함께 조건 충족 노력해야 / 文정부 임기 내 전환 신중 필요성 / 국가 안위 직결… 정치적 목적 금물 / 자칫 주한미군 감축·철수할 수도” / 벨 “北, 핵 역량 보유… 실현 가능성 없어”

이르면 오는 2022년으로 예상되는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해 정치적 입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대 국방부 장관과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은 “정치가 아닌 조건과 능력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라는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다. 한·미 간 긴밀한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과 전작권 전환 자체를 반대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있다.

 

김동신·윤광웅·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30일 한미클럽이 발행한 ‘한미저널 3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런 의견을 밝혔다.

 

김 전 장관은 “한·미가 합의한 한국군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구비 등 세부 조건들이 충실히 이행됐을 때 전작권을 전환받으면 된다”면서 “한·미가 함께 조건을 충족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신(왼쪽부터), 윤광웅, 한민구, 버웰 벨

한 전 장관은 “논리적으로 보면 문재인 정권 임기 내 필요·충분조건이 구비될 경우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 할 것이나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평가하고 신중히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 “전작권 전환은 국가 안위와 직결되므로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합목적성이 정책적 합리성과 군사적 판단을 왜곡시켜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일부 보수층의 정략적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현 정부가 지난 30년간 추진해 온 노력을 바탕으로 정치·외교적 결심만 하면 전환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단 한미동맹의 지속과 일정 규모의 미군이 계속 주둔하고 유엔사의 기능을 보완한다는 한·미 간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전작권 전환이 2022년 5월 임기가 끝나는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완료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을 확보하고, 한반도·지역 안보환경도 안정돼야 한다. 양국은 현재 IOC를 검증하고 있으며 분위기는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연합사령부의 작전 범위를 놓고 양국 간 이견이 이는 등 전작권 논의는 점점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김 전 장관은 전작권 전환 후 한·미 군사동맹의 약화 가능성도 우려했다. 김 전 장관은 “미군이 연합 작전 시 적용하는 ‘퍼싱 원칙’(건국 이래 타국 군의 지휘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원칙)에도 부합되지 않기에 주한미군 규모의 감축이나 철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서먼·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도 인터뷰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와 관련해 ‘조건 충족’을 강조했다. 서먼 전 사령관은 ‘전작권을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전환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조건에 기초해야 한다. 이는 연합군을 지휘, 통제하는 올바른 능력을 보유하는 것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한국군이 갖춰야 할 지휘·통제 능력, 의사 결정자들의 연합 정책 결정 체계 내 대비태세, 엄선된 군사 능력 등 조건들이 적절히 충족된다면 (2022년 5월 이전에라도)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지난 15일 육군협회 주최로 서울서 열린 세미나에서도 “전작권 전환은 주권의 문제가 아니라 작전에 관한 문제”라면서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전작권 전환을 경계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명시적으로 전작권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 벨 사령관은 최근 한미클럽에 보낸 서신에서 “북한이 핵 역량을 갖추고 있는 이상, 전작권 전환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못 박았다.

 

미 행정부 안에서도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이달 초 워싱턴의 브루킹스 연구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전작권 전환에 동의하기에 앞서 한국에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할 것”이라며 “어떤 정치적 시간표에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