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사진)이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의 별세에 조의문을 보내왔다.
이에 경직된 남북관계가 유화 국면에 도입하는 모멘텀이 마련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 조의문과 관련해 “위로의 메시지 맥락에서 이해해 달라”라며 ‘확장 해석’을 경계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31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고(故) 강한옥 여사 별세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조의문을 전달해왔다”면서 “김 위원장은 조의문에서 강 여사 별세에 대해 깊은 추모와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문 대통령께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조의문은 전날 오후 판문점을 통해 전달됐다. 조의문은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북측으로부터 판문점에서 전달받았다.
같은 날 밤늦은 시각에 빈소가 차려진 부산 남천성당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윤 실장은 전날 밤 빈소를 찾아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판문점에서 조의문을 전달한 북측 인사에 대해서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겠다”라며 “김여정 부부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의문을 전달받으면서 남북 간 (현안과 관련한) 다른 얘기는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남측 인사에 대해 조의를 표한 것은 지난 6월12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별세했을 때 이후 처음으로 당시 김 위원장은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직접 보내와 조의문과 조화를 전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소통한 것은 지난 6월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이후 꼭 4개월 만이다.
지난 2월과 10월 북미정상회담과 북미 고위급 비핵화 실무 협상 등이 각각 결렬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장기 교착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북제재 조치 등이 병행되며 남북관계 또한 교착 관계에 빠진 상황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 조의문을 보내옴에 따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돌파구가 열릴 것이란 분석도 이어진다.
김 위원장의 조의를 계기로 중단된 남북 대화가 재개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등을 언급하며 대남 강경 기조를 보이는 중 조의문 전달을 북한의 전향적 의사라고 해석하느냐’는 물음엔 “그것을 다른 사안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은 조금 무리”라며 “김 위원장은 조의문에서 고인에 대한 깊은 위로와 애도의 뜻을 전했고 문 대통령께도 위로 메시지 전했다는 맥락 속에서 이해해달라”고 했다.
‘조의문 전달 시점이 늦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고인은 29일 늦은 저녁에 돌아가셨고 조의문 전달은 어제 오후라는 점을 생각하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29일 오후 소천 소식을 전한 강한옥 여사의 발인은 이날 오전 비공개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등 유족들은 빈소가 차려진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서 장례미사를 드렸다.
이후 경남 양산 하늘공원에 고인을 안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편과 함께 북한 함경도 흥남 출신인 강 여사는 생전에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무척 그리워했다고 전해진다.
문 대통령의 아버지는 1978년에 별세했다. 문 대통령이 와대 사회문화 수석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당시 북측에 있던 동생 병옥 씨와 상봉한 바 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