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도·태평양 사령관 방일… '韓·日 지소미아' 논의한 듯

한국과 일본을 둘 다 관할하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이 31일부터 11월1일까지 이틀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가 무슨 얘기가 오갔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31일 일본 통합막료감부(우리 합동참모본부에 해당)에 따르면 필립 데이비슨(사진)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일본을 방문해 방위성 및 자위대 고위 지휘관 등과 미·일 양자회담(bilateral talk)을 가졌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국방부 직할 11개 통합전투사령부(Unified Combatant Command) 중 한 곳이다. 원래 ‘태평양사령부’였는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중국의 인도양, 태평양 등 대양 진출과 패권 추구를 봉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 추진을 본격화하고 나서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모두 인도·태평양사령부 소속이다. 그밖에 인도, 스리랑카, 베트남,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등이 모두 인도·태평양사령부 구역에 속한다. 흔히 ‘할리우드부터 발리우드까지, 북극곰부터 남극펭귄까지’라고 표현되듯 전 지구 면적의 절반이 넘는 51%가 인도·태평양사령부의 관할 아래에 있다.

 

해군 대장 출신인 해리 해리스 현 주한 미국 대사가 인도·태평양사령부 초대 사령관 출신이란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미·일 군사 회담에선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의 효력 연장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반미(反美), 반일(反日) 성향”이라고 평가되는 문재인정부는 지난 8월 “한·일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가 미국 정부로부터 “한국 정부의 결정에 실망했다”는 지적을 들은 바 있다. 정부가 기존 방침을 바꾸지 않으면 한·일 지소미아는 오는 22일 효력이 정지된다.

 

데이비슨 사령관은 미 국방부 및 국무부와 마찬가지로 ‘한·일 지소미아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한·미·일 3국은 장기 전략적 위협에 맞서 함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미국 정부가 밝힌 입장에서 보듯 미국 행정부, 특히 군부 지도자들은 ‘중국의 후원을 받는 핵보유국 북한의 도발로부터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선 두 나라 간에 지소미아 등을 통한 군사정보 교류·공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최근 브래드 셔먼(민주·캘리포니아) 미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 등 하원의원 14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미·일의 군사적 공조는 동북아 안보의 기반”이라며 “미 행정부가 한·일 갈등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번 데이비슨 사령관의 방일과 미·일 양자 군사 회담에서 지소미아 연장 등 한·일 간 현안에 관해 어떤 합의가 도출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