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맑은데 나쁨?… 못 믿을 ‘미세먼지 예보’

국민들 ‘실시간 중계’ 불만 / 오전·오후 5·11시 마다 4번 발표 / 3일 오전 ‘보통’ 전망 불구 고농도 / ‘나쁨’ 변경했지만 오후에 맑아져 / ‘일평균 농도’ 기준 예보 탓 발생 / 밤 11시 발표 예보 실효성 논란도 / 시민 “민간업체 앱 통해 정보 얻어”
3일 오전 강원 춘천시 소양3교에서 바라본 소양강 일대에 짙은 안개가 깔려 있다. 환경부는 이날 오전 수도권과 강원영서, 충청, 대구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미세먼지(PM2.5) 농도가 50㎍/㎥를 넘어선 3일 오전,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날 일평균 미세먼지를 ‘보통’으로 예보했다. 오전 11시쯤 ‘나쁨’으로 예보가 바뀌었지만, 얼마 안 돼 PM2.5 농도는 30㎍/㎥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보통이라는 거야, 나쁨이라는 거야’ ‘이제 미세먼지 예보도 실시간 중계네’라는 불만이 이어졌다.

정부가 미세먼지 시즌을 앞두고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 등 대책을 내놨지만, 예보는 국민들의 요구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과학원은 하루 네 차례(오전 5·11시, 오후 5·11시) 대기오염 농도를 4개 등급(좋음∼매우 나쁨)으로 나눠 예보한다. 그런데 날짜를 기준으로 ‘일평균값’을 예보하다 보니 실제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때가 있다. 지난 1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날 오전 5시에 발표된 당일 첫 번째 예보(서울 기준)는 PM10과 PM2.5 모두 ‘보통’으로 예보됐다. 중국 북부지방과 고비사막에서 발원한 황사가 유입돼 오전에는 중부와 호남권에서 공기가 나쁠 수 있지만, 청정한 북풍기류가 불어와 일평균 농도는 ‘보통’일 것이란 전망이다. 오전 11시 발표된 두 번째 예보도 비슷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하루의 3분의 2가 지나서 발표된 오후 5시와 오후 11시 통보문에는 ‘나쁨’(등급은 PM2.5와 PM10 중 나쁜 것을 기준으로 발표)으로 예보가 바뀌었다. 실제 이날 PM10 농도는 92㎍/㎥로 ‘나쁨’을 보였다. 문제는 오전에는 ‘보통’, 오후에는 ‘나쁨’일 것이란 예보와 정반대로, 실제 관측된 대기질은 오전이 나쁘고, 오후가 보통이었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의 PM10은 오전 한때 나쁨(81㎍/㎥∼) 기준치의 두 배에 달하는 162㎍/㎥까지 치솟았다가 오후에는 47㎍/㎥까지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일평균 농도는 맞췄을지 몰라도 안을 들여다보면 시민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되는 ‘거꾸로 예보’였던 셈이다.

3일도 마찬가지다. 과학원은 오전 5시 예보에서 오전에 농도가 높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보통’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오전 내내 PM2.5가 50㎍/㎥을 웃돌며 고농도를 보이자 오전 11시에는 ‘낮에도 농도가 높을 것’이라며 ‘나쁨’으로 전망을 바꿨다.

그런데 오후부터 시속 10㎞가 넘는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미세먼지가 20㎍/㎥ 이하로 뚝 떨어졌다. 이용자들로서는 예보가 보통에서 나쁨으로 바뀌었는데 왜 지금 하늘은 깨끗해진 것인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미세먼지 예보가 그 날짜의 일평균 농도를 기준으로 하다보니 생기는 일이다.

이렇다보니 밤 11시에 발표되는 당일 예보를 과연 예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생긴다.

민간업체의 경우 오전/오후 혹은 시간별로 나눠 농도를 예보한다. 두 아이를 둔 김혜연(38·여·가명)씨는 “내가 궁금한 건 앞으로 먼지가 심해질것인가 하는 점이지 일평균 농도는 아니다”라며 “정확하진 않더라도 민간 앱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중국은 대기오염 농도를 6개 구간으로 나눠 등급과 함께 예상 농도도 범위로 보여준다.

이대균 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오염등급 자체가 일평균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시간별 예상농도를 보여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엔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일평균 농도를 예보한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