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중박)이 5일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보는 국제학술대회 ‘다양한 문화, 확장된 시선’을 개최한다. 다음달 ‘세계문화관’을 새로 선보이는 것에 맞춰 문화 다양성의 확산과 그에 따른 갈등과 충돌이 각국 박물관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자리다. 중박이 세계 각국의 문화와 문명을 소개하기 위해 개최한 특별전 양상을 개괄한 글도 발표된다.
◆“박물관이 허구의 이야기에 맞는 공간이 될 수 있다”
크리스토퍼 화이트헤드 뉴캐슬대학 교수의 ‘다문화박물관, 다양한 문화 간의 갈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은 세계 각국 이민박물관의 사례를 제시하며 다양한 국적, 인종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이 글에서 소개된 런던박물관 로클랜즈 분관은 “노예무역에 도시가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다룬 상설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화이트헤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 전시장은 노예들이 겪었던 끔찍한 속박, 처참한 삶, 노예제에 근거한 부의 축적 과정 등을 보여주면서도 종국에는 런던이 노예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로 인해 더욱 풍요로워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화이트헤드 교수는 “사람들을 착취하는 데 영국의 역할을 보여주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문화를 일종의 ‘선물’로 보며 현재를 완전무결한 안정과 평화의 상태로 보는 관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시선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반이민주의를 주장하는 영국국민당은 “풍요로운 다문화 이야기”에 반대하는 전단을 전시장에 배포했다. 화이트헤드 교수는 “당신이라면 이 전단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전단에 담긴 주장은 “인종주의적이거나, 혹은 다른 이들에게 혐오스러운 것”일 수 있다. 실제 박물관은 직원들에게 관람객들이 보기 전 전단을 수거하고, 폐기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화이트헤드 교수는 이 전단을 “현재 역사의 기록물로 전시하여 다문화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알력과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이렇다.
첫째, 중박은 한국문화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문화에 대한 전시를 이어왔다. 한국 고대문화의 형성과 관계가 깊은 몽골, 아프가니스탄, 카자흐스탄 등의 고대문화를 소개한 특별전이 있었다. 둘째,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발전한 문명을 보여주는 전시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왔다. 한 부장은 “세계문명 시리즈는 초기에 고대 이집트, 그리스, 페르시아, 중국 등 세계문화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문명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중동, 동유럽 등 한국에 그간 소개되지 못한 다양한 문화를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유형으로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2008년), ‘파라오와 미라’(2009년), ‘알사바 왕실컬렉션’(2013년) 등이 있었다.
셋째, 한국에 서양미술 전문 국립박물관이 없어 서양 중세에서 근현대까지의 미술작품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중박에서 열렸다. 용산 이전 1주년 기념으로 열린 ‘루브르박물관 소장 회화전’(2006년)은 52만3000여명이 다녀가 큰 흥행을 기록했다. ‘미국미술 300년전’(2012년) ‘리히텐슈타인 박물관 소장 루벤스전’(2015년) 등의 인기도 좋았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