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인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사진)이 범행 당일 전 남편에게 졸피뎀을 넣은 카레라이스를 먹이지 않았다고 한 주장과 배치되는 고유정 아들 진술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오후 제201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사체손괴, 은닉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을 상대로 6차 공판을 열었다.
아들 진술대로라면 고유정만 카레 안 먹어
이날 고유정의 6세 아들이 경찰 조사에 한 진술이 공개됐다. 고유정 아들은 범행 당인 “저녁 식사로 삼촌과 자신은 카레라이스를 먹었지만, 엄마(고유정)는 먹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고유정의 아들은 아버지를 ‘삼촌’이라고 지칭했다.
카레라이스는 고유정이 피해자에게 수면제 졸피뎀을 넣어 먹인 것으로 추정되는 음식이다. 전 남편의 혈흔에는 다량의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
고유정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인 전 남편이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아들 진술대로라면 카레를 먹지 않은 사람은 전 남편이 아닌 고씨다.
잔혹 범행 후 “엄마 물감놀이 하고 왔어”
고유정은 범행 직후 펜션 주인과 웃으며 통화하는 등 고도의 평정심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검찰은 범행 시간대로 추정되는 지난 5월25일 오후 8시10분~9시50분 사이 고유정과 펜션 주인간 주고받은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고유정은 8시43분 펜션 주인과의 첫 통화에서 “잘 들어왔다. 감사하다”면서 “애를 봐야 하니 조금만 있다가 전화드리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걸려온 전화는 고유정 아들이 전화를 받는 바람에 1분 만에 통화가 끊겼다.
오후 9시50분쯤 세 번째 통화에서도 고유정 아들이 먼저 전화를 받았다. 고유정은 펜션 주인에게 전화를 늦게 받은 이유에 대해 “물감 놀이를 하고 왔다”고 둘러댔다. 흉기 살해를 ‘물감 놀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유정은 아들로부터 전화를 건네받아 펜션 주인과 통화하기 전 아들에게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요”라고 웃음기 띤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고유정이 살해한 전 남편을 이미 살해한 뒤 욕실로 옮겨 흔적을 지웠던 때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성폭행당할 뻔했던 피고인이 이렇게 태연하게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느냐”며 “범행 당일 펜션에서 최소 15회 이상 피해자를 칼로 찌른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고유정이 성폭행 정황을 꾸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역, 컴퓨터 화면에 검색창 30개를 띄워놓고 범행 관련 검색을 한 내용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고유정 측은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면서도 범행현장인 펜션에 대한 현장검증 요청을 철회했다.
고유정의 다음 재판은 이달 18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