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붕어·가재·개구리’ 만들려는 것” vs “교육 공정성 확립”

[2025년 일반고 전환③] 교육계·정계 반응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와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가 7일 정부 발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특수목적고 중 외국어고, 국제고를 오는 2025년 일반고로 일제히 전환한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에서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당사자인 외고·국제고·자사고 측은 거세게 반발했고, 교원단체들과 여야 정치인들 사이에선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이 같은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헌법소원 거론 한국당, 민주당은 반박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전날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골자로 한 ‘고교서열화 해소방안’ 발표를 놓고 “(문재인 정권이) 본인들 자녀는 이미 특목고, 자사고, 유학을 다 보내고 국민 기회만 박탈한다”며 “국민을 ‘붕어·가재·개구리’로 가둬놓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붕어·가재·개구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과거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개천 용’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쓴 단어들이다. 나 원내대표는 “잘못하면 서울 집값 띄우기 정책으로 이어진다”며 학군이 좋은 강남과 목동을 콕 찝어 언급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 원내대표는 “헌법은 국민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며 “특목고·자사고 폐지에 대한 헌법소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정부가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운영근거를 담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 것을 두고는 “이번에도 국회의 입법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시행령 독재’를 썼다”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시행령 월권을 방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며 “이를 (정기국회) 중점 추진 법안으로 요구하고 논의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한국당은 다음주 중 교육분야 정책비전을 발표할 계획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전날 정부 발표를 가리켜 “부모의 능력이 자녀 입시를 좌우하는 구조를 바꾸라는 국민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자사고는 입시 전문학교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전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외고와 국제고도 어문계열 진학이 절반이 안 돼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일반고의 교육 역량을 강화해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는 공정한 교육제도를 만들겠다”며 “(지금이) 교육에서 공정성 가치를 바로 세울 적기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7일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학교 측 반발… 교원단체 반응 엇갈려

 

당사자인 외고·국제고·자사고 측은 정부 발표 전후로 각각 입장을 내 비판을 쏟아냈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와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전날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발표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고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한 폭거”라며 “공정성 확보와 고교서열화 해소라는 미명 하에 획일적 평등으로 퇴행하는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정부의 자사고 일괄폐지 정책에 끝까지 항거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이 일관될 것이라고 믿고 투자한 데 따른 손실과 유무형 피해에 대한 책임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국외고·국제고학부모연합회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외고·국제고는 획일적 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라며 “학생들은 적성과 특기에 따라 공교육 내에서 외고·국제고를 택했을 뿐인데 특혜를 받은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사자인 학교·학생·학부모가 참여하는 어떤 공론화 과정도 없이 마치 ‘마녀사냥’ 하듯 여론을 몰고 있다”며 “정부가 교육 문제를 정치적 관점에서 다루면서 힘의 논리로 결론을 내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일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교원단체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제도와 운영과 관련한 사안은 법률로 정하게 한 헌법을 훼손하는 처사이자, 교육의 다양성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며 “국가교육의 큰 틀과 방향은 시행령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고교서열화 해소는 전교조가 끊임없이 주장해온 일”이라며 “만사지탄이지만 교육부가 고교서열화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에 나선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정부 발표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