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로 옮겨 온 홍콩시위… ‘지지’vs‘반대’로 갈라진 주말 거리 [밀착취재]

지난 9일 홍콩시위를 지지하는 시민단체 연대인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 함께하는 한국 시민모임’의 홍대 거리 행진. 이우주 기자

젊음의 거리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거리에서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 반대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홍콩시위를 지지하는 시민단체 연대인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 함께하는 한국 시민모임’은 지난 9일 오후 4시부터 홍대 거리를 행진하며 홍콩 시위에 대한 폭력 진압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2일 홍콩시위 국제연대행동의 날을 맞아 열렸던 홍콩연대행진에 이은 토요 집회다. 이날은 홍콩 시위를 주도한 ‘홍콩민간인권전선’의 얀 호 라이(Yan Ho Lai) 부의장이 나서 시민들에게 홍콩 상황을 전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 중 일부는 홍콩 시위대가 국가 폭력에 맞서는 의미로 착용하는 노란 헬멧과 보안경을 쓰고 홍대 거리에 나섰다. 이들은 “국가폭력 중단하라”, “긴급법을 철회하라”라고 구호를 외치는 한편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진압봉을 휘두르고 최루탄을 쏘는 등 무차별하게 진압하고 있고, 물대포 발사와 특공대 투입에 이어 실탄 사격까지 하며 과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홍콩 상황을 전했다.


 

홍콩 시위 현장 인근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은 홍콩 대학생에 대한 애도도 이어졌다. 인권운동공간 활의 랑희 활동가는 “세상을 떠난 홍콩 시민에 대한 애도의 마음과 민주주의를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는 홍콩시민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는 재한 홍콩인들과 함께 홍콩 현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홍콩민간인권전선’의 얀 호 라이 부의장이 발언에 나서 한국민에게 홍콩 지지를 호소했다. 마스크를 쓴 한 홍콩인은 “혹여 신분이 밝혀졌을 때 홍콩에서나 한국에서 공격을 당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자신이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는 두려움을 전했다. 얀 호 라이 부의장은 “한국도 지금의 홍콩처럼 과거에 많은 고통을 겪었던 것을 알고 있다”며 “저희도 한국 분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홍콩 정부에 요구하는 다섯가지(범죄인 인도법 철회, 직선제, 폭도규정 철회 등)를 뜻하는 손가락 제스처를 선보이는 ‘홍콩민간인권전선’ 얀 호 라이(Yan Ho Lai) 부의장. 이우주 기자

시민연대의 집회 장소 인근인 경의선 숲길 쪽에서는 비슷한 시각 홍콩 시위에 대해 반대한다는 중국 유학생들의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홍콩의 극단적인 독립주의자들이 중국을 분열시키기 위해 불법 시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원 차이나(하나의 중국)”를 외치며 “홍콩 경찰이 정당한 법 집행을 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주에는 일부 중국 유학생들이 시민연대의 행진을 방해하고 나서기도 했지만 이날 양 단체 간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영상=이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