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방송통신 거대 결합 조건부 승인… 소비자 선택권 더 확대 예고

SKB·티브로드, LG유플러스·CJ헬로 / 유료방송 절대 강자 KT 위상 ‘흔들’… 3강 체제로 재편 / 공정위,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 / 이통3사, 콘텐츠 개발 경쟁 가열

공정거래위원회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통신사 중심으로 방송·통신이 결합되면서 가입자로서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통신사 장악력이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수신료 인상이 우려되고 있다.

 

공정위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에 대해 심사한 결과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3월 LG유플러스는 CJ헬로 발행주식 ‘50%+1주’를 CJ ENM으로부터 취득하는 계약을, 5월에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지분 100% 소유)과 태광그룹(티브로드 지분 79.7%) 등 결합 당사회사들이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계약 사실을 각각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가 2건 승인 조건으로 △케이블TV 수신료의 물가 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디지털 아날로그방송(8VSB) 가입자 보호(디지털 케이블방송과 채널 격차 완화, 8VSB 결합상품 출시방안 수립) △케이블TV의 전체 채널 수 및 소비자 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 △저가형 상품으로 전환, 예약연장 거절 금지 및 고가형 방송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금지 △모든 방송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 및 디지털 전환 강요 금지를 부과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8일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기업결합 승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3년 전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을 불허했던 것과 관련해 “과거에는 유료방송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볼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시장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방송·통신 융합 산업이 발전하는 대세를 수용하고, 사업자들이 급변하는 기술·환경 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말했다.

◆공정위, 합병 승인… 시장 전망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이 10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받음에 따라 유료방송 시장의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KT 진영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해 왔지만 업체 간 결합이 이뤄지면 유료방송 시장이 이동통신 3사를 중심으로 10%포인트 이내 ‘3강’ 체제로 재편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절차가 남아 있지만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 초에는 정부 심사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티브로드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마무리되면 유료방송 시장은 KT가 주도하는 ‘1강4중’ 체제가 무너지고 ‘3강’ 체제로 재편된다. 현재는 지난해 말 기준 KT(21.12%)와 KT스카이라이프(9.95%)의 합산 점유율이 31.07%로 독보적인 선두다. 2위인 SK브로드밴드(14.32%), 3위인 CJ헬로(12.61%), 4위인 LG유플러스(11.93%), 5위인 티브로드(9.6%)와 격차가 크다. 그러나 2건의 기업결합 이후에는 1∼3위의 점유율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진다.

 

경쟁사들이 세력 확장에 나섰지만 KT는 발이 묶였다. KT는 딜라이브(6.29%) 인수를 추진했지만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3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합산규제 논의가 장기화하면서 딜라이브 인수건은 잠정 중단한 상태다.

 

업계는 공정위의 이번 승인과 관련해 통신기업들이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 확보’를 통해 제때 대응할 기회를 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한다. 물가 상승률을 넘는 수신료 인상, 채널 수 임의 감축, 고가 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등을 금지하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교차판매 금지’와 ‘알뜰폰 매각’ 조건은 빠졌다. 이동통신사의 지배력이 방송시장에 전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업계에서는 교차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공정위는 기업결합 후 다양한 결합상품으로 소비자 후생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외 미디어 시장의 급격한 변화 상황도 고려됐다. 최근 국내 미디어 시장은 케이블TV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통신사의 IPTV도 가입자·매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급속히 국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애플, 아마존, 디즈니, AT&T 등도 글로벌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업체가 살아남으려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5G(세대 이동통신) 기반의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의 ‘푹’과 자사의 ‘옥수수’를 통합해 OTT 서비스 ‘웨이브’를 내놓은 것도 이런 위기의식에서다.

 

이동통신 3사 위주로 유료방송 시장이 재편되면 고객 유치 및 쟁탈을 위해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3개 사업자가 독자 콘텐츠 개발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 업체와의 제휴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개편,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콘텐츠 서비스 경쟁도 예상된다.

 

반면 유료방송 시장이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간 결합상품 위주로 흘러가면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티브로드나 CJ헬로 가입자가 각각 결합 대상인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요금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종=안용성·우상규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