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맛있으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요. 그냥 맛있어요. 식감이 엄청 좋고 찹쌀떡 같아요. 완전 쫀득쫀득해 가지고 입안에서 막 녹아요.”
어디서 많이 들은 문구다. ‘먹방’ 전문채널이라고 생각했다면 틀렸다. 한 생명보험회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개그우먼 이세영씨가 한 말이다.
7분 남짓한 영상에 보험 관련 언급은 단 한 번도 없다. 영상 우측 상단에 붙어 있는 회사명이 없다면 이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로 착각할 정도다.
ABL생명 관계자는 “보험회사라는 다소 어렵고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고객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는 SNS 마케팅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유튜브 채널 운용방침을 밝혔다.
라이나생명은 배우 김보성이 출연하는 ‘위로시(詩)대’ 콘텐츠를 유튜브에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위로시대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그들을 위로해 주는 콘셉트의 영상이다. 따뜻한 위로에 유머가 더해지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위로가 된다’, ‘힘을 얻고 간다’ 등의 호평을 얻고 있다. 이 영상에도 보험 관련 언급은 없다.
한화생명은 자사 유튜브 채널 외에 전문의료콘텐츠채널인 ‘건강톡’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액상형 전자담배 등 일반인이 관심 있어할 만한 주제를 선정한 뒤 의학지식을 친숙하고 쉽게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의학전문기자와 가정의학과 전문의 등 대중에게 친숙한 의료전문인과 협업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소소한 일상 영상을 올리는 보험사도 있다. 흥국생명은 보험금 심사팀의 일과, 계리팀의 하루 등 직원들의 일상소개식 콘텐츠를 업로드하면서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NH농협생명도 이와 비슷하게 ‘신규직원 채용대비 꿀팁’ 등 자사에 취업하고자 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솔깃할 만한 콘텐츠를 연이어 내놓았다. KB손해보험은 자사 당구 1인자와 당구 세계 1인자 프레데리크 쿠드롱이 시합을 벌이는 영상을 올려 인기를 끌었다.
보험사들이 선보이는 유튜브 콘텐츠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상품 가입 권유, 자사 홍보 같은 ‘대놓고 마케팅’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보험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장기적 안목에서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에 익숙한 2030세대를 자연스럽게 흡수함으로써 미래의 잠재적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