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찬 계획… 현실은?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5등급 차량은 전국에 247만대가 있다. 이 가운데 경유차가 244만대로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생계형과 저공해조치 신청 차량을 빼고, 수도권과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5개 광역시 및 청주, 천안, 제주, 포항, 김해, 창원)에서 12월부터 넉 달간 운행을 제한하자는 게 국민 정책제안이었다.
경기도 관계자는 “노후경유차 소유자들이 불법적으로 차를 취득했거나 탈세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차를 바꿀 여력이 안 되는 취약계층일 수도 있는데 제도 발표 한 달 만에 시행할 순 없다”며 “내년 2월까지 제도를 홍보하고 3월부터 시행하자는 게 우리 입장인데, 사실 그 기간(홍보 3개월)도 부족할 수 있다”고 했다.
수송 부문 중 비도로이동오염원(선박, 건설기계 등)은 간과하기 쉽지만, 사실 도로이동오염원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세먼지특별법 개정안에는 고농도 기간 선박이 저황유를 쓰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문제는 예산이다. 저황유는 일반 연료보다 30% 더 비싸 이 부분에 대한 보전(2000억원 추산)이 필요한데 예산이나 지원조치가 없으면 올겨울은 시행이 어렵다.
석탄화력발전 최대 27기 가동 중단은 국민 정책제안 중 가장 파격적인 내용으로 꼽힌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7기를 멈춰도 전력수급에는 문제없다”고 했지만, 그만큼 늘어나는 발전비용을 어떻게 할지 아직 방법이 없다. 석탄 대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가 가동되면 8472억원가량 비용이 오를 수 있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국고로 보조하는 방안을 첫 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지만, 4개월간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약 보름 뒤면 가동 중단이 시작되지만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계절관리제, 고농도 지역일수록 효과 커
만일 국민 정책제안이 100% 이행됐더라면 십수일간 잿빛 하늘이 이어진 지난 2∼3월같은 ‘재난’을 피할 수 있었을까.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지난해 12∼올 3월과 똑같은 기상조건을 전제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는 ‘고농도는 피할 수 없지만, 최악은 아니다’로 요약된다.
전국 일 최고농도는 137㎍/㎥에서 102.3㎍/㎥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3월5일 서울은 일평균농도가 135㎍/㎥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는데 계절관리제가 진행 중이었다면 91.5㎍/㎥로 억제할 수 있었다는 게 국가기후환경회의 계산이다. 여전히 ‘매우 나쁨’(76㎍/㎥ 이상) 기준치를 훌쩍 넘지만, 3월5일 이전 최고기록(129㎍/㎥)에는 못 미친다.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중단으로 배출량을 낮추면 중국발 먼지나 대기 정체가 오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단 의미다.
계절관리기간 넉달 간 평균 농도도 24% 내려갈 전망이다.
특히 기존에 농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저감효과가 크다. 지난해 12월∼올 3월 평균농도가 40.3㎍/㎥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던 울산은 30.3㎍/㎥로 10㎍/㎥이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남은 38.7㎍/㎥에서 28㎍/㎥로, 경남은 38.2㎍/㎥에서 28.2㎍/㎥로 모두 두 자릿수 차이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충남과 사업장이 많은 경기는 각각 7㎍/㎥, 6.4㎍/㎥ 정도의 저감 효과가 예상된다.
‘나쁨’(36㎍/㎥ 이상) 일수 역시 지난해 12월∼올 3월 39일 발생했지만, 계절관리가 시행되면 정체가 일어나더라도 보름 넘는 23일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나쁨 일수도 전남(35일 감소)과 울산(30일 〃), 광주(29일 〃) 등지에서 감소가 두드러지고, 서울(15일 〃)과 경기(12일 〃), 충남(13일 〃)도 숨 쉴 만한 날이 열흘 이상 늘어나게 된다.
시뮬레이션을 담당한 김순태 아주대 교수(환경안전공학)는 “고농도 기간 배출 저감 노력을 하면 분명히 개선효과는 있다”며 “고농도를 원천봉쇄할 수는 없지만 그 기간을 줄이고, 강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국가기후환경회의 공동기획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