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외고 법조인 1호’ 김윤상 "선거 이길 생각에 외고 폐지하나?"

'조국 사태' 직후 급하게 마련된 교육개혁 방안 / "文정권, 국가 미래 생각하긴 하나… 의도 불순"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든 서울 광진구 중곡동 대원외고 교정. 건물 위에 ‘대원은 겨레의 빛’이라고 적혀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가진 자들에 대한 분노를 일으켜 선거에서 이겨 정권을 계속 움켜쥐고 싶을 뿐인 겁니까?”

 

‘대원외고 법조인 1호’ 타이틀을 갖고 있는 김윤상(50) 변호사가 문재인정부의 교육정책에 극도의 실망감을 드러냈다. 앞서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김 변호사는 대원외고 2회 졸업생이다.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서 태어나 성장한 그는 고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 시절 일명 ‘뺑뺑이’로 불린 학군제 배정에 따르는 대신 광진구 중곡동 대원외고에 입학하는 길을 택했다. 이후 서울대 법대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 대원외고 졸업생 중 처음 법조인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김윤상 변호사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원외고 입학 후) 나보다 훨씬 똑똑한 반 친구들을 보면서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었고 결국 원하는 대학 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며 “저는 대원외고에 큰 신세를 졌고 최고의 명문고로 만들어 준 설립자, 은사님, 후배들 덕분에 ‘대원외고 법조인 1호’라는 영광스런 타이틀을 끼고 살았다”고 밝혔다.

 

◆'조국 사태' 직후 급하게 마련된 교육개혁 방안

 

최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밝힌 계획에 의하면 현재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 전국의 자사고, 외고, 국제고 59곳이 일반고로 전환된다. 이는 ‘고교 서열화 해소’가 명분인데 유 장관은 “(학생) 한 명 한 명을 학교 이름으로 규정하지 않고 자질과 역량을 평가하도록, 적어도 부모 영향력은 작용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혁과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같은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은 이른바 ‘조국 사태’가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가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그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입시부정을 주도한 정황이 드러나자 국민적 분노가 폭발했다. 결국 조 전 장관을 취임 35일 만에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낙마시킨 문 대통령은 특단의 교육개혁 대책 마련을 주문하며 ‘공정’을 화두로 제시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유 장관이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학생의 노력·실력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지위가 영향을 미쳐서 특권과 부를 대물림하는 구조”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文정권, 국가 미래 생각하긴 하나… 의도 불순"

 

하지만 김 변호사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인적자원밖에 없는 한국이 살려면 경쟁국과 맞설 수 있는 글로벌 엘리트를 충분히 길러내야 한다”며 “우수한 인재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한 단계 더 웅비할 수 있는 터전을 불질러 태우는 꼴을 좌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혹시 가진 자들에 대한 분노를 일으켜 그 불씨로 선거에서 이겨 정권을 계속 움켜쥐고 싶을 뿐 정말로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긴 하는 건지 의도조차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고 문재인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외고 폐지 정책 무력화를 위해 대원외고를 졸업한 다른 동문 변호사들과 함께 법정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자사고 등 폐지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서 작성부터 시작해 교육부 장관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 제기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대원외고) 동문들로 무료 변호인단을 구성하겠다”며 “대형 로펌이 필요하다면 저희가 선정 과정부터 모든 진행 과정을 함께하며 모교를 대리해 권익을 지켜내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