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고(故) 오토 웜비어의 부모 요청을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문화일보는 “북한 선원 2명 강제추방 결정 이후 대북인권 문제를 등한시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청와대가 오는 22일 방한하는 북한 납치 피해자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부모(사진)의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이 요청한 프레드·신디 웜비어(오토 웜비어의 부모) 부부의 대통령 면담 요청에 대해 전날 “국정운영 일정상 면담이 어렵다”며 거절의사를 밝혔다.
협의회에 보낸 답신 서한에서 안보실은 “대통령과 면담을 희망하고 계신 마음은 저희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국정운영 일정상 면담이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뜻을 잘 받아들여 정책에 참고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며 가정에 행복과 건강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웜비어의 부모는 이달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리는 ‘북한의 납치 및 억류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을 위한 국제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다.
협의회는 이를 계기로 웜비어 부모와 문 대통령이 만났으면 좋겠다는 뜻을 지난 1일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
양측 만남이 무산되자, 협의회는 “청와대가 북한 정권에 의해 아들이 사망해 고통 받는 부모에게 한 마디 위로도 없이 면담을 거절하며 ‘가정의 행복’이라는 상투적 문구로 더 큰 상처를 입혔다”며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납북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문 대통령이 웜비어 부모를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협의회의 요청 내용은 문 대통령이 국제결의대회 현장에 직접 참석해서 웜비어 부모를 비롯한 피해자 가족들을 면담해 달라는 것이었다”면서 “현장방문 일정을 급하게 추가하기 어려워 거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인 대학생이었던 오토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 차 북한에 갔다가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7개월간 억류됐다. 이듬해 6월 미국에 송환됐지만 입원 치료 엿새 만에 숨져 논란이 일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