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럼에서는 독도에 대한 일본의 ‘고유영토론’이 허약한 근거들을 토대로 세워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주지선점론’(주인이 없던 땅을 1905년 일본이 편입)을 펴던 일본은 한국 정부가 ‘고유영토론’(원래부터 한국영토)을 펴자 1990년 외교청서에서 덩달아 고유영토론을 공식 주장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독도문제를 연구해온 재일 한국인 역사학자인 박병섭(사진) ‘죽도(竹島)=독도(獨島)넷’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럼에서 ‘일본의 독도에 대한 고유영토론의 종언’이라는 주제로 ‘일본식 고유영토론’의 허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박 대표는 대표적 사례로 2007년 일본 외무성이 만들어 국내외에 배포한 팸플릿인 ‘다케시마(독도에 대해 일본이 주장하는 명칭)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10가지 포인트’(이하 ‘10포인트’)를 들었다.
10포인트에는 일본식 고유영토론을 뒷받침하는 지도 2종 ‘다케시마의 지도’와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가 실려 있다. 다케시마의 지도는 1724년에 돗토리번이 막부에 제출한 지도다. 이상한 점은 10포인트에 실린 지도는 돗토리번이 제출한 지도 중 공식지도가 아니라, 공식지도를 그리는 데 참고가 된 밑그림, 즉 ‘참고도’라는 것이다.
공식지도에는 다케시마 아래쪽에 ‘조선국’이라고 쓰여 있어 분명히 조선영토로 표기돼 있으나, 밑그림에는 경계 부분이 아닌 지도 왼쪽 모서리에 ‘조선국 쪽’이라고 적혀 있어 독도 소속이 모호하게 보일 수 있다.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가 실린 방식을 봐도 외무성이 사료를 짜깁기해 눈속임을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는 1779년 초판이, 1791년 2판이 출판됐다. 이후 개정판과 개인이 만든 것, 출판자 이름이 없는 해적판 등이 나와 15종이 있다. 정본으로 인정되는 것은 초판과 2판뿐이다. 정본은 외국영토는 채색하지 않았는데, 독도는 채색돼 있지 않다. 10포인트는 본문에 초판을 인용하면서도 삽화로는 1846년 제작지도를 실었다. 즉 삽화만 해적판을 싣는 ‘꼼수’를 쓴 셈이다. 박 대표는 “일부러 해적판을 찾아 쓴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